GS칼텍스는 그룹 최정점인 ㈜GS의 한해 실적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GS칼텍스→GS에너지→㈜GS로 이어지는 지분구조 속에서 ㈜GS의 별도 수익 상당 부분을 GS에너지 배당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GS는 순수 지주사로 배당과 상표권, 임대 등을 수익원으로 한다.
그룹 내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계열사인 만큼 GS칼텍스의 자금을 관리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단순 재무뿐 아니라 사업 역량도 갖출 것을 요구받는다. 나완배 부회장(2000~2004년), 엄태진 사장(2011~2017년), 유재영 부사장(2018~2023년) 등 GS칼텍스 CFO를 맡았던 인물들이 CFO 임기를 마친 후 계열사 대표이사로 영전하는 흐름을 보였던 배경이다.
GS칼텍스의 신임 CFO인 최우진 전무는 신사업 기획 업무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정통 재무라인 출신은 아니지만 GS칼텍스가 조직·사업에 변화를 줄 때 전략 수립을 담당했다. 올해 바이오연료,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GS칼텍스의 신임 CFO로 최 전무는 재무 안정성과 조직·사업의 변화를 동시에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GS칼텍스의 변화, 신사업 전략 밑그림 담당 1972년생인 최 전무는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1997년 GS칼텍스의 전신인 LG칼텍스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GS그룹의 계열분리 이후 GS칼텍스에 남아 기획조정팀장, 경영개선팀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았다. 2018년 전략구매부문장 상무에 선임되며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최 전무는 GS칼텍스가 본격적으로 신사업 밑그림을 그리던 시기인 2020년에 미래전략TF장을 맡았다. GS칼텍스는 최근 3~4년 동안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을 목표로 경영·디지털·그린 등 3가지 영역에서 조직·사업의 전환을 추진했다. 기존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연속성을 이어가되 수소,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의 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략이다.
미래전략TF는 이듬해 미래전략부문으로 승격했다. 아울러 이 시기 최 전무는 GS칼텍스의 데이터 전략 수립을 위해 설립된 DX(디지털전환)센터장을 겸하며 센터 구축을 담당했다.
최 전무는 미래사업개발부문장을 맡던 2022년 말 전략기획부문장 전무로 승진했다. 당시 GS그룹은 신사업·DX 추진 인력을 발탁해 미래 신성장 동력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최 전무 입장에선 그동안의 경력이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최 전무는 지난해 말 GS그룹 인사에서 GS파워 대표로 선임된 유재영 부사장의 뒤를 이어 GS칼텍스 CFO를 맡았다. 기존에 담당하던 전략기획부문장을 겸하지 않고 GS칼텍스 재무실장만 맡는 것으로 신사업 투자·전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신사업 투자 지속, 재무 건전성 유지 '특명' 유재영 부사장으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은 최 전무의 과제는 GS칼텍스의 사업 전환 속에서도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최 전무가 정통 재무라인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회사의 신사업 기획에 참여했던 만큼 적절한 재원 배분과 조달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전임 CFO인 유 부사장의 재직 기간(2018~2023년) GS칼텍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지표를 유지했다. 유 부사장이 CFO로 부임한 2018년 GS칼텍스는 비(非)정유 사업 확대를 위해 에틸렌,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MFC(Mixed Feed Cracker) 시설 구축에 돌입했다. 2021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시작한 MFC 구축에 투입된 금액만 2조700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GS칼텍스는 2021년(111.8%)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부채비율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재무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총차입금 규모가 2018년 말 3조9000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6조4000억원대까지 불어나긴 했으나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차입금의존도는 20% 중후반대에서 관리됐다.
GS칼텍스의 재무실장 자리를 넘겨받은 최 전무는 이러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며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GS칼텍스는 내년 시설 구축을 목표로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짓고 있다. 해당 투자의 금액은 1130억원으로 앞선 투자와 비교하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향후 100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라 추가적인 현금 조달 방안이 필요하다. 2026년 시작할 수도권 액화수소 공급 사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사업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