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HDC현대EP가 자회사 HDC폴리올에 대한 대여금을 늘리고 있다. HDC폴리올 운영자금을 HDC현대EP가 대여금 형식으로 대고 있다.
HDC폴리올은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은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운영자금 차입을 늘리면서 부채가 자본을 역전했다.
HDC현대EP가 HDC폴리올을 설립한 것은 2021년 10월이다. HDC폴리올은 SK케미칼 폴리페닐설파이드(PPS·Poly-Phenylene Sulfide) 사업부문을 385억원에 양수하기 위해 설립됐다. HDC현대EP는 PPS가 수소차와 전기차뿐 아니라 5G 통신의 중계기와 안테나 등 경량화가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어 핵심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HDC폴리올은 HDC현대EP가 308억원, SK케미칼이 77억원을 각각 출자해 설립됐다. 이에 따라 HDC현대EP는 지분 80%+1주를, SK케미칼은 지분 20%-1주를 각각 가져갔다. SK케미칼이 3년 이후 보유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HDC현대EP에 공정가액으로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는 조건이다. 올해 12월 SK케미칼의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후 HDC현대EP나 SK케미칼이 HDC폴리올에 추가 출자한 사례는 없다. HDC폴리올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구체적인 재무현황을 알 수 없지만 HDC현대EP의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HDC폴리올은 2022년 매출액 362억원을 달성했지만 당기순손실 55억원을 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매출액 263억원에 당기순손실 110억원이었다.
HDC폴리올의 부채는 갈수록 늘고있다. 부채총계는 2021년말 47억원에서 2022년말 16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말에는 289억원으로 늘었다. 지속되는 당기순손실로 자본총계가 221억원으로 감소하면서 부채가 자본을 역전한 상태다.
HDC폴리올이 운영자금을 빌려쓰고 있는 점이 부채 증가의 대표적인 이유다. HDC폴리올에 운영자금을 대여하는 주체는 모회사인 HDC현대EP다. SK케미칼은 지분 20%-1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풋옵션까지 쥐고 있는 만큼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HDC현대EP가 HDC폴리올에 처음 운영자금을 대여한 것은 설립 직후인 2022년 1월이다. 당시 차입금액은 10억원에 그쳤고 이자율도 2.61%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1년 만기 단기차입금을 세 번에 걸쳐 제공했다. HDC현대EP가 제공을 약정한 금액은 1월 47억원, 7월 80억원, 12월 110억원이다. 이 금액을 한도로 차입기간(1년) 중 HDC폴리올이 필요에 따라 분할차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HDC현대EP가 HDC폴리올에 실제 실행한 대여금은 65억원이다. 2022년말 대여금이 1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HDC폴리올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12월 추가 약정으로 한도를 늘린 데다 현금흐름이 여전히 올라오지 않은 만큼 대여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자율이 5.74~6.19%로 높아져 이자비용 부담도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HDC현대EP가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또 다른 자회사 CJHDC비오솔과는 상반된 것이다. HDC현대EP는 CJ제일제당과 합작해 2022년 2월 바이오플라스틱 제조업체 CJHDC비오솔을 출범시켰다. HDC현대EP의 지분율은 51%(122억원)로 조인트벤처인 점은 HDC폴리올과 같다. 하지만 HDC현대EP가 CJHDC비오솔에 제공하고 있는 대여금은 없다.
HDC현대EP의 자금지원 여력에는 여유가 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영업실적이 올라오면서 3분기말까지 차입금이 줄어든 반면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늘었다. 3분기말 부채비율이 79.6%로 건전한 가운데 현금성자산은 33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