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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SM엔터 '잭팟' 터진 컴투스, 데브시스터즈는 평가손실

③신작게임 부진에 데브시스터즈 주가 타격, 작년 이후 누적 평가손실 760억

고진영 기자  2023-12-20 06:22:3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컴투스는 최근 수년간 지분투자에 집중하면서도 틈틈히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충해 왔다. 특히 수익을 짭짤히 챙겨준 효자로 SM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투자하자마자 주가가 2배 넘게 뛰면서 횡재를 안겼다.

다만 작년부터 수백억원의 평가손실을 낸 곳도 있는데, 컴투스가 십여년 전 처음 투자한 데브시스터즈다. 신작 게임이 지지부진하면서 주가가 힘을 못쓰고 있다.

컴투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총 4.2%(99만1902주)를 주당 6만8000원 수준인 674억2400만원에 사들였다. 장부가액이 그 해 말 761억원을 기록, 2개월 만에 87억원의 평가이익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 올 초 뜻밖의 호재가 찾아왔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집안 싸움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경쟁으로 번지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브가 2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자 12만원대로 치솟았고 카카오가 SM지분 공개매수(주당 15만원)에 돌입한 뒤에는 15만원 선까지 찍었다.

컴투스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월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모해 가지고 있던 지분 일부를 털었다. 애초 전량을 매도하려 했지만 공개매수에 응모된 주식이 공개매수 예정수량을 초과하면서 안분비례에 따라 43만7821주(1.9%)을 처분하는 데 그쳤다.

처분금액은 658억원, 계획대로 전량을 팔았을 경우 취득액의 2배를 넘는 1488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선 아쉬울 수 있지만 여전히 엄청난 이득을 봤다. 투자액을 거의 회수하고도 아직 55만4081주(2.3%)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9만원선에서 형성돼 있다.

이 밖에도 올해 컴투스는 종속회사인 위지윅스튜디오를 통해 엔피와 얼반웍스 주식 일부를 매각함으로써 각각 262억원, 100억원 남짓을 확보했다. 처분 이후 위지윅스튜디오의 보유지분은 엔피가 20.90%, 얼반웍스가 30% 수준이며 얼반웍스는 처분에 따라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아픈 손가락은 없을까. 최근 속을 썩이고 있는 곳으론 데브시스터즈가 있다. 컴투스는 데브시스터즈의 어려운 시절부터 연을 맺은 초기 투자자다. 2010년 데브시스터즈 주식 10만주를 10억원 주고 매수했다. 신작 프로젝트에 수차례 실패했던 데브시스터즈의 개발력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안목은 정확했다. 데브시스터즈는 2013년 출시작 '쿠키런 포 카카오'가 대성공하면서 기업가치가 급등한다. 컴투스는 그 해 보유지분 절반을 NHN에 50억원의 차익을 보고 처분했으며 남은 6만주는 상장 직전 무상증자를 거치면서 60만주가 됐다.


컴투스는 2018년 46만주를 주당 1만원에 더 사들인다. 또 2021년 2월엔 61만7320주를 278억원 주고 추가 매입했다. 당시 데브시스터즈 주가가 5만원을 넘기면서 2대주주였던 NHN이 주식 일부를 팔아 엑시트에 나선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이렇게 사들인 데브시스터즈 지분은 현재 166만7054주(14.1%)이며 투입한 자금은 총 334억원으로 계산된다.

컴투스의 추가 매입은 신의 한 수로 작용하는 듯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새로 출시한 '쿠키런:킹덤'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가가 2021년 연말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후 '브릭시티'와 '사이드불릿' 등 신작이 부진하자 주가도 지난해 말 5만원대로 반토막났다는 점이다. 올 들어선 7월 3만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현재 주가(19일 종가 기준)는 5만800원 수준이다.

데브시스터즈의 고전은 컴투스에도 평가손실을 안겼다. 컴투스는 SM엔터테인먼트, 알비더블유, 데브시스터즈 등 투자 중인 상장주식 3개 가운데 데브시스터즈만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으로 분류하고 있다. 차이는 FV-PL의 가치 변동이 당기순손익에 잡히는 반면, FV-OCI는 총포괄이익에만 반영된다는 점이다. 미실현손실이지만 어찌됐든 자본총계엔 영향을 미친다.

2022년 1년 동안 데브시스터즈 주식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은 822억원. 여기서 법인세 효과를 거친 컴투스의 FVOCI 손실 규모는 포괄손익계산서상 620억원이다.

또 올해는 3분기 말까지 9개월간 137억원의 FV-OCI 평가손실이 추가로 생겼는데 사실상 대부분 데브시스터즈 몫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누적 760억원 정도가 평가손실로 자본에서 깎여 나간 셈이다. 컴투스의 순이익이 작년 기준으로 63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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