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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컴투스 현금창출력 갉아먹는 미디어사업

②고정비 늘어 영업현금 마이너스 전환…위지윅스튜디오 등 콘텐츠자회사 모두 영업적자

고진영 기자  2023-12-13 08:12:40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컴투스는 약 2년 전부터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적잖은 공을 들여왔다. 회사의 기둥 '서머너즈워'로 쌓은 유동성 상당부분을 콘텐츠 관련 지분투자에 썼다. 게임사업의 정체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방송콘텐츠가 포화하고 편성은 축소되면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정비가 늘어 수익성이 떨어진 와중에 위지윅스튜디오 등 콘텐츠자회사들의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신사업 부진을 게임사업 실적으로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컴투스는 보유현금이 풍부한 기업이다. 2014년만 해도 연결 현금성자산이 1000억원대였으나 2015년 유상증자로 1800억원을 수혈하면서 4000억원대로 늘었다. 이후로도 꾸준히 순이익을 쌓아 2019년엔 7007억원(유동성 채무상품 포함)까지 확대됐다.

다만 2019년부터 지분투자를 본격화하자 현금성자산도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경영권 인수, 단순투자를 포함해 2019년부터 작년까지 지분매입에만 5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고 현금성자산이 매년 1000억원 안팎씩 줄었다. 9월 말 기준으론 4141억원을 기록했는데 금융기관예치금 1553억원과 유동성 수익증권 221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보유현금이 3000억원 남짓 축소됐다.


현금이 감소한 배경에는 지분투자 확대도 있지만 유입되는 돈 자체가 줄어든 이유도 있다. 컴투스는 연결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가 2019년 130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69억원으로 급감했다. 올 9월 말 기준 EBITDA는 2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가까이 적었다.

이에 따라 컴투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1298억원이었다가 지난해 매출 증대에도 불구 적자 전환했고, 올해는 9월 말 기준 -83억원을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 역시 작년부터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말 잉여현금은 -585억원이다.


그렇다면 컴투스의 수익성은 왜 나빠졌을까. 인건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컴투스가 종업원급여 등으로 지급한 돈은 2019년 754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905억원, 2021년 1268억원, 2022년 1899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4년간 회사규모가 커지면서 임직원 수도 940명에서 1405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천억을 투자한 미디어, 콘텐츠사업이 적자를 내고 있는 점도 컴투스의 수익성을 해치고 있다. 컴투스는 올 9월 말 기준으로 주요 종속기업 15개 가운데 11곳이 영업적자를 냈다. 특히 미디어·콘텐츠 등 신사업을 하는 자회사는 모두 영업손익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위지윅스튜디오과 메타버스 자회사인 컴투버스의 손실규모가 컸는데 올 9월 말 기준으로 적자규모가 각각 150억원, 130억원에 달했다. 컴투스의 전체 영업이익이 -21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 대부분이 신사업에서 발생한 셈이다. 특히 위지윅스튜디오는 작년에도 연간 2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컴투스가 2021년 인수한 미디어콘텐츠기업이다. 두 차례에 거쳐 약 2050억원을 주고 지분 38.1%와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적자행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득일 이후 발생한 누적 영업손실만 400억원을 넘는다.

위지윅스튜디오의 부진은 광고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드라마 편성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은 탓이다. 내부에선 OTT(Over The Top) 플랫폼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콘텐츠 공급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넷플릭스가 경쟁을 압도하면서 제작사들이 예상만큼 수혜를 받지 못했다. 합병 뒤 컴투스의 PMI(인수 후 통합)작업도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지윅스튜디오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기획·제작한 래몽래인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으며 엠넷 예능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2’도 위지윅스튜디오의 자회사인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문제는 수익구조상 콘텐츠의 제작 경과분에 따라 매출이 인식되고, 작품이 편성에 실패할 경우 무형자산으로 상각되는 이슈가 있다는 점이다.

내년 위지윅스튜디오의 라인업을 보면 영화는 텐트폴(tentpole) 작품인 왕을 찾아서, 드라이브, 인터뷰 등이 극장개봉할 예정이다. 드라마로는 마에스트라, 조국과 민족, 킬러들의 쇼핑몰이 각각 tvN,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 편성됐다. 이밖에 블랙아웃, 직필, 대도시의 사랑법 등은 내년 공개가 목표지만 아직 편성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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