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설립 후 첫 단기차입 쓴 대웅, 막 내린 '무차입 경영'

남은 현금 단 62억, 신한은행서 50억 단기차입…송기호 CFO 영입 후 달라진 전략

최은진 기자  2023-11-28 09:38:05
대웅그룹의 지주사 대웅의 무차입 경영이 막을 내렸다.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단 62억원밖에 남지 않은데다 차입은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설립 20여년간 안정적인 지주사 수익으로 탄탄한 현금기반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보튤리늄 톡신 사업의 광폭투자를 위해 자회사 대웅제약을 전폭 지원하는 데 따른 출혈이 원인이다. 그룹 전반적으로 곳간이 마르고 있다는 징조가 지주사 대웅의 재무구조에서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석달만에 바뀐 재무구조, 대웅제약 지원에 차입까지 강행

지주사 대웅의 3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6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말 기준 616억원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만 600억원의 현금을 지출했다.

차입금을 살펴보면 역대 최대치인 66억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쓴적 없는 단기차입으로 50억원을 빌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에서 '금융채 6개월+0.96%' 금리로 대출했다. 이자율이 대략 6%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로써 순차입금은 4억1000만원으로 설립 이래 줄곧 고수했던 무차입 경영이 막을 내렸다. 대웅은 그룹의 지주사로 2002년 대웅제약을 인적분할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고수했다.

'윤재춘 부회장'이라는 믿을맨이 곳간을 틀어 쥐고 엄격한 계열사 관리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했다. 대웅제약이나 그 이외 계열사들이 독자적으로 자생한 영향도 컸다. 따라서 지주사의 무차입 경영 기조가 막을 내렸다는 건 그만큼 그룹 전체적으로 자금 문제가 꼬였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 같은 일이 3분기 단 석달만에 일어났다는 데 주목된다. 단기차입 50억원을 끌어오고 현금 600억원을 썼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관계기업 등 지분투자자산 증대에 610억원을 쓴 것으로 나온다. 대부분이 계열사 출자 자금이었던 셈이다.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취득에 589억원을 쓰고 대웅인베스트먼트와 이 회사가 만든 바이오투자조합 1호 펀드에 각각 20억원, 5억6000만원을 출자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현금이 대웅제약의 자사주 및 지분 취득에 쓰였다. 구체적으로 자사주 취득에 500억원을 쓰고 89억원은 장내매수했다. 500억원은 대웅제약의 현금성 자산이 된 셈이다.

이는 대웅그룹의 신성장이자 주력 사업인 보튤리늄 톡신 '나보타' 사업에 대한 광폭 투자의 일환이다. 올 초 나보타 사업의 구심점을 대웅에서 대웅제약으로 일원화 하면서 대웅제약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대웅제약에 현금을 쥐어주는 차원의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화성시에 1014억원 규모의 나보타 3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나보타 교두보인 셀라톡스 바이오 파마(SELATOX BIO PHARMA)에는 300억원을 출자했다. 관련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가 뒷배가 된 셈이다.

◇대웅바이오의 빼곡한 투자 스케줄,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서 '차입' 주목

대웅은 100% 완전 자회사인 대웅바이오라는 든든한 곳간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돈을 대웅제약에 지원하면 대웅제약이 나보타 사업에 쓰는 구조다. 그렇다면 대웅은 대웅바이오가 건실하기만 하면 언제든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다. 쉽게 무차입 경영 기조로 다시 돌아설 수도 있다.

대웅바이오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매출 4089억원, 순이익 6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소폭 신장한 실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세파 계열 항생제 공장 건설에 500억원, CDMO 진출에 필요한 바이오 공장 건설에 146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체적인 자금스케줄이 빼곡하다는 점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대웅이 대웅바이오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무차입 경영을 포기하는 수순으로 나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재무전략의 변화에는 올 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한 송기호 부사장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송 부사장은 대웅제약 및 대웅에서 재무담당 임원으로 활약하다 7년여의 외유를 거쳐 다시 돌아온 인물이다. 현재 대웅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입사와 동시에 사내이사로까지 올라섰다는 건 그만큼 내부적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인물이라는 얘기다.

그는 전임지인 한미사이언스 및 한미약품 CFO를 할 당시에도 단기 중심의 차입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기업어음(CP)부터 회사채까지 다양한 조달전략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적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차입 전략을 통해 현재 대웅그룹의 핵심 이슈인 '유동성 전략'에 숨통을 트게 해줄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전략 변화의 구심점에 섰다는 얘기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자사주 및 자회사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단기차입 등 차입 전략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