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올 초 CVC 출범 이후 조성한 첫 펀드에 계열사 3곳이 우군을 자처했다. 대웅제약의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국내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투자처를 물색할 전망이다.
◇CVC 설립 후 첫 펀드에 대웅·대웅제약·한올바이오 조력자로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인베스트먼트 바이오투자조합 1호'에 각각 5억6000만원, 14억원, 10억원을 출자했다. 출자 시점은 7월 중순으로 파악된다.
대웅인베스트먼트 바이오투자조합 1호는 대웅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첫 번째 펀드다. 총결성 규모는 200억원이다. 이번에 주요 계열사가 출자한 금액은 총모집 금액의 약 15%에 해당한다. 펀드 만기일은 2031년 7월 30일이다.
앞서 대웅그룹은 지난 3월 자본금 20억원을 들여 CVC인 대웅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CVC는 대기업이 벤처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SI)를 목적으로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기업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는 투자 전진기지인 셈이다.
대웅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월 17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창업투자회사(창투사)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후 7월 말 첫 펀드를 결성했다. CVC 설립 4개월 만에 라이선스 획득과 펀드 조성을 마무리하며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이번 출자와 함께 대웅은 1호 펀드를 종속기업에 포함했다. 9월 말 기준 이번 펀드에 대한 대웅의 총지분율은 74.44%다. 대웅의 종속기업인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우 각각 10%와 25%의 펀드 지분을 보유, 해당 펀드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펀드에 대한) 지분율은 20% 미만이나 이사회 참여 등 피투자기업에 대한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경영진 구성을 보면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대웅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부회장 겸 대웅 최고기술책임자(CTO), 정승원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 대웅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성장동력 발굴 '속도', 키워드는 '신규모달리티·반려동물·DTX'
재원을 확보한 만큼 대웅인베스트먼트 투자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웅인베스트먼트의 지향점은 초기 단계 중 유망한 기술을 갖춘 바이오벤처에 대웅그룹의 상업화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낼 만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룹이 SI 역할을 자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5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투자법인 대웅이노베이션홀딩스(DIH)를 세웠다. DIH를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그룹은 신약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적 파트너쉽, 신규 기술도입, 공동개발 등 포함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DIH가 해외 바이오벤처를 중점으로 살핀다면 대웅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에 좀 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대웅인베스트먼트가 인가받은 창투사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와 비교했을 때 운신 폭이 좁다. 창투사는 설립일로부터 7년 이내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고 해외 투자에 제한이 있다.
대웅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방향성은 기존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를 통해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2021년 창업, 기술협력, 초기 씨드, 시리즈 A 투자, 중소기업벤처부 주관 기술창업 프로그램 팁스(TIPS) 연계 등을 지원하는 '이노베어 공모전'을 시작했다.
이노베어 공모전 1기에선 세포유전자 치료제(RNA·NK·CAR 치료제), 치료제, NK세포치료제),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및 플랫폼 기술, 신규 모달리티(엑소좀·마이크로바이옴), 약물전달 플랫폼(LNP·프로탁·비강 스프레이), 디지털치료제, 줄기세포 플랫폼 분야에서 투자 대상을 찾았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열린 공모전 2기에선 바이오의약품(세포유전자 치료제·항체·ADC 및 신규 모달리티), 합성신약(자가면역·대사·심뇌혈관계·암), 약물전달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반려동물 헬스케어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겠다고 공개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 올해부터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그룹 측은 "특정 모달리티나 적응증에 한정하기보단 대웅 그룹사 전체 자원을 활용해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딜소싱 및 투자 검토, 오픈콜라보레이션을 논의 중으로 내년 1월경 첫 펀드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