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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밸류 분석

해성디에스, 반도체 불황 속 수천억 투자 '자신감'

삼성 독립 이후 성장가도, 리드프레임 등 '캐파업'…자동차 초점

김도현 기자  2023-11-27 16:44:53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해성디에스가 전방산업 부진에도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문량이 대폭 늘어날 차량용 반도체와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경쟁사와 상반되는 움직임을 통해 미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교적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나 응용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전기차, 인공지능(AI) 분야가 확장될수록 해성디에스의 수혜도 커질 전망이다.

해성디에스 창원사업장

◇미래 자동차 공략 본격화

해성디에스는 지난 2014년 삼성테크윈에서 독립하면서 해성그룹에 편입된 기업이다. 반도체용 리드프레임 및 기판 등이 주력이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리드'와 반도체 패키지 내 칩을 지지해주는 '프레임'으로 구성된다. 쉽게 말해 칩을 기판에 고정시키는 버팀대이면서 그 자체로 기판 역할을 한다.

1970~80년대부터 사용한 리드프레임은 구형 기술로 치부된다. 최근 반도체와 기판을 공 모양의 솔더볼로 연결하는 플립칩(FC) 방식이 도입되면서 리드프레임 비중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리드프레임 점유율이 압도적이고 차량용 반도체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생기면서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일렉트로닉컨트롤러유닛(ECU) 등에 주로 쓰인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안정성과 신뢰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타분야 대비 새로운 부품 활용이 보수적이라는 의미다. 차량용 반도체 적용 테스트만 4~5년 소요될 정도다. 따라 FC 기판보다는 성숙도가 높은 리드프레임 기반 패키지를 선호한다. 가격, 내구성 등에서도 리드프레임이 앞선다.

현재 해성디에스는 리드프레임 분야에서 세계 2위다. 패널 공법을 이용하는 일본 미쓰이하이텍, 대만 CWCT 등과 달리 해성디에스는 릴투릴(롤투롤) 방식으로 리드프레임을 만든다. 회사 관계자는 "접착력이 우수해 신뢰성에서 우위인데다 생산효율 측면에서도 우리가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은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네덜란드 NXP 등 차량용 반도체 강자들과 대만 ASE·SPIL, 미국 암코 등 글로벌 조립 및 테스트 외주업체(OSAT) 등이다. 이들은 관련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하고 있어, 해성디에스와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자동차용으로 한정하면 해성디에스가 선두다.

해성디에스 실적 추이

또 다른 메인 아이템은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다. 반도체 칩을 실장할 수 있는 기판으로 칩과 메인보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부품이다. 해성디에스 라인업은 메모리용과 칩온보드(COB)용으로 나뉜다.

메모리용 기판은 볼그리드어레이(BGA) 등이 있고 PC, 서버 부문에서 활용된다. 최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개화 등으로 반등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핵심 거래처다. COB는 신용카드, 전자여권 등에 적용 가능한 스마트카드의 부품으로 해성디에스가 밀고 있는 신사업 영역이다.

이중 메모리는 AI 서버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관련 D램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해성디에스도 발빠른 대응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회사는 양대 품목 캐파를 확장하기 위해 3880억원 규모 투자(설비 2140억원·시설 1740억원)를 결정했다. 국내 창원사업장에 구축 중으로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현시점에서 해성디에스는 리드프레임 60%대 초중반,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30% 중반대 매출 분포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서는 자금이 절반씩 할당된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업턴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금도 조금씩 성장 중"이라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전환으로 해당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해성디에스의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성디에스 주가 추이

◇실적·주가 소강상태…향후 반등 기대감 확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회사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수출 2억달러탑, 2018년 수출 3억달러탑, 2021년 수출 4억달러탑, 2022년 수출 6억달러탑 등을 수상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적 역시 2018년 매출 3633억원에서 2022년 8394억원으로 2~3배 커진 상황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7.3%에서 24.4%로 치솟았다.

주가는 작년 하반기 들어 반도체 시장 침체로 하락세를 타다가 올해 1월3일(3만3600원)을 저점으로 우상향을 지속했다. 7월31일에는 8만4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현재는 전기차 성장 주춤 여파 등으로 5만원대까지 낮아졌으나 여전히 연초 대비 높다. 이달 들어 반등이 확실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해성디에스 필리핀사업장

해성디에스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난해 피에스엠씨(PSMC) 필리핀 법인인 PMSP을 품은 바 있다. PSMP는 리드프레임 생산기반을 보유한 사업장으로 회사는 전력반도체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인수작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다이인 디스크리트에서 멀티다이인 모듈 쪽으로 사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지난 7월 현판식 이후 고객 마케팅 및 퀄리파이케이션 진행 및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향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유휴부지가 있어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전력반도체는 주로 외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기차 시장이 증대되면서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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