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품 전문 제조기업 해성디에스가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대표이사가 아닌 오너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사외이사 독립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자산 규모 2조원 미만 기업으로 이사회 내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이 되지 못했다.
해성디에스 사내이사는 이사회 내에서 과반을 차지한다. 게다가 단재완 회장의 두 아들인 단우영 부회장과 단우준 사장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돼 오너 일가가 이사회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다. 다만 소위원회를 설치 모두 사외이사로만 채워 경영진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단재완 회장 오너 일가 사내이사 포진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해성디에스는 총 255점 중 145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 및 활동 내역이 평가됐다.
'구성' 분야 평균 점수는 2.2점으로 집계됐다. 9개 평가 항목에서 20점을 받았다. 구성 분야 평가 항목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소위원회 위원장 선임 여부, 이사회 규모, 이사회 내 위원회 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BSM(Board Skills Matrix) 활용 여부, 다양성, 지원조직 유무 등이다.
사외이사가 아닌 오너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게 구성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해성디에스 이사회 의장은 오너인 단재완 회장이 맡고 있다. 단 회장은 대표이사도 겸직하지 않고 있다. 해성디에스 대표이사는 조병학 사장이다.
해성디에스는 오너의 이사회 의장 겸직에 관해 "단재완 의장은 해성산업, 한국제지, 계양전기, 한국팩키지 등에서 이사로 재직하며 뛰어난 경영 능력을 축적했다"며 "해성디에스에 대한 풍부한 경험 및 이해를 바탕으로 이사회 의장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도 아닌 오너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건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세우는 지배구조 선진화 트렌드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숫자도 독립성을 제고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해성디에스 이사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이다.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2.8%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사내이사진 구성도 눈길이 쏠린다. 단 회장과 두 아들이 모두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남 단우영 부회장과 차남 단우준 사장은 여러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해성디에스에서 단 부회장은 기획조정실 총괄을, 단 사장은 기획조정실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사내이사진이 오너 일가로 구성돼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자산 2조 미만에도 감사위·사추위 선제적으로 설치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진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견제기능' 항목 평균 점수는 2.2점으로 '구성' 분야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 감사위원회(감사위)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해성디에스는 최근 사업연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이 6749억원으로 2조원 미만 기업에 해당한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 기업은 감사위와 사추위 설치 의무가 없으나 두 개 소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설치했다.
해성디에스 이사회의 사외이사 3인 전원이 감사위와 사추위에 속해 있다. 감사위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면서 감사위원장도 사외이사가 맡게 됐다. 삼성비피화학 경영지원실장 전무 출신인 하윤희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장과 사추위원장을 겸직한다. 위원회 2곳의 위원장을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나 특정 사외이사에게 업무가 집중됐다는 특징이 있다.
감사위와 사추위 이외에 별도로 경영임원회를 설치해뒀다. 경영임원회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이사회 내 위원회가 아니므로 상세한 활동 내역은 공시하지 않고 있다. 해성디에스는 정관 규정에 따라 이사회의 결의로 신속하고 원활한 경영 의사결정을 위해 미등기임원인 경영임원으로 구성된 경영임원회를 별도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