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유리 시장을 양분하는 KCC글라스와 LX글라스는 독과점 시장 구조 속에서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다. 전방산업인 주택·건설, 완성차 시장의 업황에 따라 수익률이 움직이긴 하나 양사가 분할·독립한 2020년대 지속해서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덕분에 주요 재무지표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지난해 사업장 신설·운영을 위한 차입이 늘어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이 올라갔지만 당장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정도까진 아니다. 현재 KCC글라스는 해외 신규 사업장 구축에, LX글라스는 계열사 사업 인수 이후 사업장 안정화라는 서로 다른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첫 해외 거점 구축하는 KCC글라스, 눈에 띄는 차입기조 2020년 1월 KCC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KCC글라스는 그해 말 자동차 유리·파일 콘크리트 계열사(코리아오토글라스·KAC) 인수를 완료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던 상황에서 자동차유리 사업과 파일 사업을 끌어안아 수익성을 보완할 방안을 찾았다.
사업구조가 어느 정도 완비되며 2021년에는 첫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나서기 시작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겨냥해 44만톤 규모의 판유리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2021년 12월 583억원을 출자해 현지법인(PT. KCC GLASS INDONESIA)을 설립했다.
KCC글라스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이때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한다. 설립 2년(2020~2021년) 동안 30%대 수준이던 부채비율이 2022년 말 53.2%까지 올라갔으며 차입금의존도도 처음으로 두자릿수대(18.3%)로 올라갔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 차입금의존도 30% 이하일 경우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이를 고려할 때 KCC글라스의 재무지표가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1년 사이 재무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부채를 구성하는 총차입금 항목이 2021년 1753억원에서 2022년 4036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장·단기차입금, 사채 등이 큰폭으로 늘었다. 이 기간 단기차입금은 588억원에서 1456억원으로 3배 가까이, 사채는 200억원에서 2196억원으로 10배 이상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사채 발행 결과로 해당 자금은 기존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에 사용됐다.
사채 조달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KCC글라스는 채무보증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의 차입(1207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1분기부터는 총차입금(4297억원)이 현금성자산(5828억원)을 넘어선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인도네시아 생산공장 완공까지 이러한 차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X글라스, 사업 안정화 우선…부채비율 축소 LX글라스도 KCC글라스와 비슷하게 양호한 수준에서 재무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한국유리공업이 생고뱅코리아홀딩스(존속 지주회사)와 한국유리공업(신설 사업회사)으로 물적분할한 후 한국유리공업은 50%선 아래로 부채비율을 관리했다.
분할 첫해 부채비율 45.8%를 기록한 후 지속해서 부채비율을 낮춰 2021년 부채비율은 32.2%까지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이 발생하며 부채총계가 처음으로 1000억원선을 넘어선 1615억원까지 치솟았으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68.5%까지 올라갔다.
당시 장기차입은 시설자금 목적의 대출로 발생했는데 이 시기 LX인터내셔널과 주식매매 계약이 체결됐던 점을 고려하면 최종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사용할 운영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차입으로 2021년 22억원에 불과했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900억원까지 증가했고 차입금의존도도 0.7%에서 22.7%까지 큰폭으로 올라갔다.
올해 LX그룹으로 편입이 완료된 LX글라스의 재무건전성은 일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부채총계가 지난해 말 1615억원에서 올해 3분기 2000억원까지 오르긴 했으나 자본총계도 같은 기간 2358억원에서 3321억원으로 증가하며 부채비율이 오히려 68.5%에서 60.2%로 떨어졌다.
아직까지 양호한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보이는 LX글라스의 우선 과제는 사업 안정화다. LX그룹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LX글라스가 LX하우시스 건축용 유리사업을 인수하기로 하며 사실상 그룹 내 유일한 유리 사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LX글라스의 사업구조 정리가 마무리되면 향후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계획도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