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마진(CSM)은 올해 도입된 IFRS17과 IFRS9 회계제도에도 보험사의 핵심 영업가치 지표다. 새 회계제도의 핵심이 보험사의 부채(보험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의 가치를 평가한다. CSM이 하락한다는 것은 보험사의 영업가치가 퇴행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3분기 CSM 잔액은 전분기 대비 2000억원 감소했다. CSM 조정액이 1조1000억원이 발생한 것이 CSM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CSM 감소에 대한 설명에 상당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저축성보험 지급보험금 부담은 향후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저축성보험의 판매가 2012년과 2013년 몰렸던 만큼 향후에는 지급보험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설명했다.
◇ 실손가이드라인 여파…전분기 대비 CSM 2038억원 감소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3분기 말 CSM 잔액은 전분기 말(11조9128억원)보다 2038억원 감소했다. 신계약 CSM 역시 2분기(9698억원)에서 소폭 감소한 9564억원을 기록했다.
CSM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CSM 조정 규모 확대다. 3분기 CSM 조정액은 1조1000억원으로 2분기(2000억원) 대비 9000억원 급증했다.
3분기부터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실손보험의 미래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한 영향이다. 실제 삼성생명이 추산한 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른 CSM 조정액은 54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나머지 조정액은 우량 보험상품의 해지와 만기 증가와 고비용 상품 확대였다.
위험조정(RA) 환입액도 감소했다. 3분기 RA를 이익으로 반영(상각)하는 금액(840억원)이 직전 분기(1480억원)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보험사는 향후 보험금 지급 등의 위험을 반영해 RA를 적립한 뒤 일정 기간 뒤 환입한다. 하지만 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RA 환입률이 19%에서 11%로 감소했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상무)은 "실손 가이드라인 산출방식 변경이 CSM 조정금액 확대로 이어졌고 이 부분이 전분기 대비 CSM 잔액 감소로 이어졌다"면서도 "가이드라인 적용은 일회적인 현상으로 향후에는 이 같은 변동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장내 현금흐름 안 좋은 상품의 해지보다 사망보험 등 CSM에 긍정적인 상품의 만기도래와 해지가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향후 보유계약 가정 변경관련 분기별로 현상을 점검해 CSM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인철 상무는 RA 환입 감소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환입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요구하면서 환입률이 떨어졌다"며 "준변경으로 당기손익 일부 감소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향후에는 사라지기 때문에 회사 가치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축성보험 해지환급금 향후 감소 전망 삼성생명은 저축성보험 해지환급금 추이에 대한 전망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0년 전 '절판 마케팅'을 통해 대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만기 도래로 인한 부담 우려 해소 차원이다.
실제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 만기도래 금액은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지난해 관련 상품의 만기도래 금액은 2조8000억원, 올해는 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과 2013년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한 영향이다. 당시 삼성생명은 일시납 비과세 한도제한에 따라 2012년에만 6조원의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2013년에는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관련 상품이 만기도래 규모가 확대됐지만 향후 안정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생명의 3분기 기준 저축성보험 만기 또는 해지 규모는 월평균 60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4분기(1조4000억원) 대비 절반 이하 수치다. 향후에도 만기 규모는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2024년 관련 상품의 만기 규모가 2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에는 2025년 1조8000억원, 2026년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오성용 경영지원실 지원팀장(상무)는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 상품이 10년 비과세 요건을 갖추면서 만기가 증가했다"면서도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보유 준비금에 비례해 이상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고 향후에는 만기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동성 해소를 위해 안정적으로 보험수지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방카슈랑스채널 등을 활용해 일정 수준의 저축성보험을 확보하겠다"며 "수익성이 높은 건강보험과 함께 안정적인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