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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콜 Q&A 리뷰

삼성화재, 역대급 실적에도 배당 발언 자제 이유는

4분기 실손·자보료 악재 겹쳐…채권가치 하락도 불안요인

김형석 기자  2023-11-14 08:24:08

편집자주

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삼성화재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4분기에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면 국내 보험사 최초로 당기순익 '2조원' 달성이 가능하다. 지난 2021년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두 배가량의 순이익이 증가하는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배당이다. 시장에선 삼성화재가 주주친화 행보를 유지한 만큼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배당액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삼성화재는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삼성화재가 배당에 대한 확답을 피한 데에는 잠재된 불확실성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보유한 채권평가손실이 확대될 경우 4분기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연말에 예상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료 인상 역시 장기적으로 악재로 꼽힌다.

◇ 전진법 적용에도 CSM 13조 넘어…원톱 손보사 지위 공고

삼성화재는 지난 13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3분기 말 누적 세전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어난 2조22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3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의 CSM 수준, 전년 동기 대비 변화된 CSM의 증감 배경, 예실차 등에 대해 자세한 수치들을 공개했다.

CSM의 기반이 되는 사업 부문은 장기보험이다. 삼성화재 장기보험의 보험손익은 3분기 말 기준 1조3004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7.4% 늘어난 수치다. 미래 수익의 원천이 된 CSM의 규모는 13조2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4% 급증했다. 상반기 신계약 CSM은 2조6068억원을 기록했다.

신계약 CSM 환산배수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환산배수는 전통적인 보험료 매출이 CSM으로 전환될 때 해당 액수가 몇 배나 불어났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환산배수가 높을수록 보유한 보험의 미래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3분기 삼성화재의 신계약 CSM 환산배수는 22.2배로 전년 동기 대비 9.2배 높은 수치다.

김준하 삼성화재 CFO는 "보장성 신계약은 타깃 시장 신상품 출시와 포트폴리오 개선 중심의 전략적 시장 대응을 통해 3분기 월 평균 신계약 보험료는 1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이 가이드라인 적용의 회계처리를 전진법을 적용한 수치라는 점은 더욱 신뢰도를 높이는 점이다. 전진법을 적용할 경우 손보사들이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 값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진법을 적용하면 소급법보다 3~4%가량 실적이 하락한다. 삼성화재 등 일부 손보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급법을 활용해 실적을 산출한다.

이용복 상무는 "실손 가이드라인을 전진 반영하면서 3분기에 1430억원 CSM 조정이 이뤄졌다"며 "이를 제외 시 CSM은 12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도 약 450억원가량 낮춰진 금액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배당은 '신중'…4분기 계절적·시기적 불확실성 부각

전진법 적용에도 높은 수익성을 낸 삼성화재에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은 배당으로 향했다. 삼성화재는 보험사 중에서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45~49%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 배당성향인 30%를 훌쩍 넘는다.

삼성화재가 배당성향을 지난해와 유사한 45%로 결정하면 이미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만 7400억원 이상을 배당한다. 2조1000억원의 올해 예상 순익을 가정하면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배당하게 된다. 이는 최대 배당액을 기록한 지난해(5866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다만 삼성화재는 배당에 관한 질문에 직답을 피했다. 작년 대비해서 배당금이 두자릿수 이상 증가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김준하 CFO는 "손익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4분기에는 자연재해라든지 폭설, 대형 사고 같은 가능성에 항상 상존하고 있는 상황" 이라며 "4분기 상황을 좀 보고 저희가 배당 금액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화재가 배당에 관련한 즉답을 피한 데에는 4분기 불확실성 때문이다. 대표적인 불확실성은 보험료 인하다.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을 명분으로 연말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중 자동차보험의 경우 올해보다 인하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상혁 상무는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명분에 간담회를 한 것은 맞다"며 "인하폭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당국이 올해 인하폭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내년 보험 물가와 관련된 정비수가 협상도 아직 타결이 안 된 상태"라며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당국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요율이 조정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보유 채권 가치 하락도 불안요인이다. 최원재 상무는 "3분기에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처분손실에만 1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해 겪은 주가 하락 여파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20년 11월 IR에서 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기준 배당을 기대하며 삼성화재의 목표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기대에 못미치는 배당성향을 결정했다. 결국 배당결정 직후 삼성화재의 주가는 6% 이상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화재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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