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기업공개에 나섰다. 자금력은 충분하지만 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를 위해 IPO를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업계 최초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얻고 경영권 다툼으로 잃었던 시장 신뢰를 되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빗썸은 우선 유가증권시장에 도전하고, 경우에 따라 코스닥으로 방향을 틀 계획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빗썸의 IPO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차치하고 블록체인 업계 전체에서 증권시장 입성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확장, 성장 가능성 등도 장애물로 꼽힌다. 옥석 가리기가 한창인 IPO 시장에서 빗썸이 투심을 녹이기 위해 어떤 세일즈포인트를 내세울 것인지 주목된다.
◇상장 전례 없는 가상자산거래소, 녹록치 않은 '근본' 만들기 빗썸은 지난 12일 상장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IPO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에도 한 차례 IPO를 준비한 바 있으나 시장상황 등으로 인해 무산됐고 이번에 재정비해 한번 더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코스피 상장을 위한 명목적인 재무 요건은 대부분 충족한다. 올해 반기 기준 빗썸 자본금은 1조2300억원으로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요건을 만족한다. 지난해까지 2000억원의 매출을 냈고, 올해 반기기준으로는 827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최근 시작한 수수료 무료 정책이 끝난다면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이라는 요건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장성, 내부통제 부분에서 빗썸이 까다로운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성장성이다. 현재로서는 가상자산 거래수수료에 수익 90% 이상을 의존하는 구조다. 매출 파이프라인을 늘리기 위해 자회사를 통해 메타버스, 거래 시스템 B2B 사업 등에 진출했었지만 사업 악화로 설립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국내 점유율, 해외 진출 확장성 등도 장애물이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시장의 미래 성장성은 긍정적이나 국내서 업비트가 시장 점유율 80%를 내주지 않으며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두나무가 미국에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영위하는 '레벨스'를 설립하긴 했지만 코인 거래소 설립 목적의 외국환 송금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해외서는 선물·마진 거래를 통해 이익을 키우는 구조인데 국내서는 불가능하다.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된 내부통제에 대해서는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대주주인 이정훈 전 의장이 지주사 빗썸홀딩스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상장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는 사임하고 이재원 빗썸 대표가 양사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사법 리스크도 줄이고 있다.
◇성장성 한계 지울 포인트 찾아야 빗썸의 세일즈포인트는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성, 실적, 높은 이익률에 따른 고배당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장점은 영업이익률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매출에 비해 비용지출이 많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IT 기업 중에서도 높게 잡힌다.
가상자산 호황에는 각사별로 70~80%, 불황에도 대형사들은 최소 50%의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빗썸의 2021, 2022년 영업이익률은 각 77%, 51%다. 쌓아 놓은 현금이 많은 덕에 가상자산수수료 전면 무료화 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른 고배당 성향도 세일즈포인트가 될 수 있다. 빗썸은 복잡한 주주 이해관계로 현금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IPO를 통해 지배구조가 개편된다면 지속적인 현금배당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종기업인 업비트는 2022년 1990억원, 2023년 700억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코인원은 2020년 20억원을, 2022년에는 100억원의 중간배당을 집행했다.
업계서는 성장성이 낮은 거래소 한계를 극복할 세일즈포인트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의 투심 위축으로 옥석가리기가 심화한 가운데 당장 실적이 좋더라도 장기적 성장성이 떨어진다면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상장 전략을 어떻게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