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최근 1000억원대 업프론트(계약금) 잭팟을 터뜨린 가운데 실적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워낙 계약금 규모가 크다 보니 매출에 일괄 반영된다면 업계 1위인 유한양행의 입지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다만 계약금의 매출 인식 시점이 언제일지가 관건이다. 또 계약금을 분할 인식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관심사로 꼽힌다.
◇ 종근당, L/O 업프론트 1061억원 잭팟···반환 의무 없는 매출 확보 종근당이 최근 노바티스와 합성신약 CKD-510의 라이선스아웃(L/O) 계약을 체결하면서 받은 계약금은 8000만달러, 우리 돈 1061억원이다. 총금액 13억500만달러(1조7302억원)의 6% 비중이다. 아직 계약금을 수령하진 못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계약금 수령일자 역시 특정하진 못하고 있다. 다만 보통 한 달 내로 입금되는 통상의 계약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로 예상된다.
종근당이 수취할 계약금은 역대 국내 기술수출 사례 중 네 번째로 큰 금액이다. 최고액은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이전하며 발생한 계약금 4억유로다. 단 한미약품의 기술은 2020년 9월 반환됐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종근당이 계약금을 언제 재무제표에 반영할지에 쏠린다. 큰 규모인 만큼 재무회계 처리 시점에 따라 단숨에 업계 실적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 제약회사 중 별도 기준 매출액으로는 유한양행이 1조7264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종근당이 1조4723억원, GC녹십자가 1조24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각각 1조1613억원, 9820억원으로 4위, 5위 입지였다.
종근당은 올해도 선전하고 있다. 반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7520억원과 735억원으로 역대 상반기 중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확보할 기술이전 계약금이 당해 실적에 모두 반영된다면 업계 매출 선두인 유한양행과의 격차가 600억원 안팎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2500억원 안팎의 괴리에서 단 몇백억원으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다. 충분히 업계 1위 입지를 탈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계약 조항 따른 수익 인식 시점 주목···ABL바이오는 3년간 나눠 인식 다만 계약금을 수취했다고 해서 곧바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회계기준 상 계약에 관한 수익과 비용은 계약상 의무 이행 정도에 따른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라도 연구나 개발, 생산 등 계약상 최소 의무가 남아있으면 즉각적 매출로 잡을 수 없다.
종근당이 노바티스와 맺은 계약 세부 조항을 확인해야 언제 어떻게 매출에 인식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계약상 이행 의무가 남아있다고 판단되면 일정 기간 수익을 나눠 인식해야 한다. 2022년 1월 사노피에 기술을 이전한 ABL바이오는 수취한 계약금 910억원을 3년에 걸쳐 수익으로 인식하고 있다.
종근당이 만일 계약금을 3년에 나눠 인식하게 되면 분기마다 단순 계산으로 88억원의 매출이 추가로 반영되게 된다. 연간 354억원의 매출이 추가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종근당 매출의 2.4% 비중으로 적잖은 수준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러한 계약은 한 달 이내 계약금이 들어온다"며 "아직 들어오진 않았지만 계약금을 수취하는 대로 회계 기준에 따라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