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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변동' 기피하던 종근당, L/O 한방에 '위상' 바뀐다

최대 빅딜 발표 이틀간 시총 3000억 확대, 종근당홀딩스 지분 목표 후 성과

최은진 기자  2023-11-08 07:36:09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고 무려 7년, 종근당의 주가는 8만원선 안팎에서 움직일 뿐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 사이 종근당홀딩스의 종근당 지분 매입, 오너 3세의 종근당홀딩스 지분 매입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행보가 이어졌다. 주가가 움직이는 걸 극히 꺼린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6일 1000억원대의 업프론트로 역대 최대 규모 기술이전(L/O) 딜을 성사시키면서 이 같은 소문도 옛말이 됐다. 이틀새 주가가 12만원선으로 올랐고 몸값은 3000억원 불어나면서 시장 내 입지와 평판이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종근당홀딩스의 종근당 지분 목표치인 25%가 채워진 후 변화라는 데 관심이 모아진다.

◇시총 1조2000억→1조6000억 확대, 선급금 1061억 '최대 딜'

종근당이 노바티스에 저분자 화합물질 HDAC6 억제제 CKD-501을 기술수출했다고 공시한 6일부터 이틀간 시가총액은 3519억원 늘었다. 3일 1조2757억원에 불과했던 시총이 7일 종가기준 1조6276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한달새 평균 거래량이 5만여주에 불과했지만 해당 공시 이후 이틀동안 250만주 안팎으로 5배가량 늘었다.

해당 기술수출 건은 역대 최대 규모로 종근당 자체적으로는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건으로 회자된다.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8000만달러(1061억원)를 포함해 총 계약규모는 13억500만달러 우리돈 1조7302억원에 달한다.

전체 규모면으로 보나 업프론트를 보나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유한양행이 얀센에 항암 신약 '레이저티닙'을 업프론트 550억원을 포함해 총 12억5500만달러에 기술수출 했다. 작년 초 에이비엘바이오가 사노피에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을 기술수출한 경우는 업프론트 900억원을 포한해 총 10억6000만달러 계약이었다.

1000억원대 선급금을 받은 종근당은 두고두고 회자 될 꽤 큰 딜로 평가되고 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이 얼마인 지는 파트너사가 얼마나 해당 물질을 유망하게 보는 지를 평가하는 척도나 다름없다. 초기 단계여도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선급금 비중을 높일 수 있다. 기술수출 하는 입장에서도 단계별로 받는 마일스톤과 다르게 확실하게 챙길 수 있는 수익이기도 하다.

노바티스는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CKD-510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는다. 해당 파이프라인의 샤르코마리투스(CMT)병 등 희귀질환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항암부터 심혈관계질환 등 다양한 신약으로 확장 가능성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딜로 평가된다.

◇주식시장 하락 상황에서도 신고가 기록, '주가변동 기피' 평판 벗어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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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딜은 펀딩 혹한기 바이오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시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과없이 돈만 빨아들인다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곧바로 오름테라퓨틱이라는 비상장 바이오텍의 빅딜까지 이어지면서 축포가 터지는 분위기다.

종근당 내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유통 및 제네릭이라는 기존 틀에 갇힌 전략이 아닌 신약개발, 바이오 연구개발(R&D) 기업으로의 전환한다는 의지와 그 가능성까지 한번에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7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2% 안팎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종근당 주가는 오르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총 순위는 180위다.

특히 종근당은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중대한 상황에서 큰 이벤트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소식은 꽤 이채롭다. 종근당홀딩스는 종근당 지분을 매입하면서 외형확대를 노리고 있다.


2015년 종근당홀딩스의 종근당 주식 공개매수 이후 20.2% 지분을 확대한 후 최근까지도 지분을 장내매입하며 지배력을 늘리고 있다. 대략 2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었고 이는 지난 3월 말 25.4%까지 확보하며 충족했다.

비슷한 시기 종근당홀딩스의 경우엔 지분 승계라는 과제를 안고 이장한 회장의 자녀인 오너 3세 주원·주아·주경씨의 지분매입이 이뤄졌다. 종근당홀딩스의 종근당 지분 매입, 오너 3세의 종근당홀딩스 지분 매입. 주가가 오르는 변동성에 부담을 느낄 충분한 유인이 있었던 셈이다.

지난 3월을 마지막으로 이 같은 매입 행보가 중단됐고 빅딜을 발표하면서 시장은 종근당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이전 등 사업개발(BD)에 소극적이라는 평판에서 반전을 꾀하면서 신약으로의 변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이 내부적으로 R&D에 꽤 열심히 하고 좋은 물질도 많았지만 기존에 소극적인 BD 활동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빅딜로 한방에 업계 내 입지가 달라진 건 물론 전략전환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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