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로 실적, 재무 목표 등을 제시하며 숫자로 소통한다. 평가도 결과물인 숫자로 받는다. 성과를 만들기까지 수행한 고민과 구체적인 노력,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점 등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리더십과 재무 관련 업무 노하우를 말할 기회도 흔치 않다. THE CFO는 숫자 이면에 담긴 CFO들의 '스토리'를 찾아서 전한다.
박학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가 폭넓은 대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무대는 기업설명회 현장이 아닌 정부 부처 간담회다. 해외 정상도 예방한다. IR, 투자자 소통에 주력하는 재계 다른 CFO와는 다른 행보다.
박학규 사장은 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2023 코리아세일페스타' 간담회에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주요 기업 임원 중 유일한 CFO였다. 같은 가전업계인 LG 전자에서는 오세기 부사장(H&A(Home Appliance&Air Solution)연구센터장)이 나왔다.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백화점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업계에서는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정현철 HMMR(러시아 생산 법인)구매실장(상무)을 보냈다.
이날 간담회는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자동차·가전·유통업계에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를 대표해 방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유통업계 CEO들과도 소통했다. 가전업계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오는 11~30일) 다품목 구매 시 포인트 혜택, 경품 기획 행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지난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도 업무 협약식에서 만났다. 박 사장과 이 장관이 각 기관을 대표해 '모바일 신분증 민간 개방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모바일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모바일 국가보훈등록증'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한 기술 개발 협력을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내년 초부터 삼성페이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CFO이자 사내이사진이다. 사업 성과 창출을 위한 핵심 스탭 기능과 진단·감사 역할을 담당하며, 전사 경영 이슈를 조율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DX(디바이스 경험)·DS(반도체) 부문 대표이사, MX(모바일 경험)·메모리사업부장과 함께 대외 소통 창구 역할도 소화한다. 분기별 실적 컨퍼런스콜은 서병훈 IR팀장(부사장)이 진행한다.
지난 4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을 때도 DX 부문 CFO인 박 사장이 참석했다. 추 장관은 박 사장,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 대표이사, 박승희 CR(Corporate Relations)담당 사장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 과제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인프라 구축 지원, 반도체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규제 개선 등을 건의했다.
지난해 7월에는 박 사장이 윤태식 관세청장을 맞이하기도 했다. 윤 청장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등 국가 첨단 산업 관세 분야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간담회를 가졌다. 삼성전자에서는 박 사장과 김홍경 DS 부문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 참석했다.
박 사장은 외국 정상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한다. 지난 4월과 지난달 박 사장은 베트남으로 날아가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회동했다. 찐 총리는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를 요청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다. 각각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 14조3274억원 규모 전자제품 생산 법인(Samsung Electronics Vietnam THAINGUYEN(SEVT)) △9조5261억원 규모 통신 제품 생산 법인(Samsung Electronics Vietnam(SEV)) △7조2373억원 규모 DP(디스플레이) 생산 법인(Samsung Display Vietnam(SDV)) 등을 가동 중이다.
국내 4대 은행장과 협업도 박 사장이 주도했다. 박 사장은 지난 6월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삼성 청년 SW(Software) 아카데미(SSAFY) 업무 협약'을 맺었다. 4개 은행은 각 5억원씩 총 20억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삼성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SSAFY에 기부한다. 기부금은 아카데미에 입과한 청년이 1년간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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