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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등급 분석

KAI, 2등급 상향 견인한 지배구조(G) 3단계 점프

ESG위원회·ESG 실무협의회 꾸리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첫 발간

강용규 기자  2023-11-03 11:24:16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3년 기업별 ESG 등급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ESG경영을 실천해 온 기업들이 B+(양호) 등급 이상을 획득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B(보통) 등급 이하를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전자에 해당한다. 통합 등급 B+를 받아 ESG 역량을 개선하고자 추진해 온 활동들을 인정받았다.

KAI의 B+는 KCGS의 7단계 평가 기준상 4번째로 정확히 중간이다. 그러나 최고 등급인 S를 받은 기업이 아직 없다는 점, 지난해 KAI의 등급이 6번째에 해당하는 C였다는 점, 등급 상승을 견인한 분야가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은 지배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의 2개 등급 상승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 ESG의 난점 지배구조, 정면돌파한 KAI

KCGS는 2023년도 ESG 등급 정기공표를 통해 KAI의 ESG 통합 등급을 B+로 매겼다. 전년도 최종 등급인 C에서 두 계단 뛰어올랐다. 분야별 세부 등급은 환경(E) B+, 사회(S) A, 지배구조(G) B+로 전년도와 비교해 사회 등급이 유지됐고 환경 등급은 B에서 B+로 한 단계 높아졌다. 지배구조가 최하점인 D에서 B+로 3단계 상승하면서 전체 등급 상승을 이끌었다.

원래 2023년도 기본 평가에서 KAI의 등급은 환경 B+, 사회 A, 지배구조 A의 통합 A등급이었다. 심화평가를 통해 올해 5월 수사가 의뢰된 전·현직 임직원의 100억원대 배임 혐의가 평가에 반영되면서 지배구조 등급이 한 단계 낮은 B+로 조정됐고 이에 따라 통합 등급도 낮아졌다.

이 이슈는 올해 2분기 시행된 ESG 등급 중간조정을 통해 KAI의 2022년도 지배구조 등급을 C에서 D로, 2022년도 통합 등급을 B에서 C로 낮춘 핵심 요인이 됐다. 같은 사유가 지난해의 조정 등급 하락과 올해 정기 등급의 하락에 중복으로 반영된 만큼 KAI로서는 아쉬울 법도 하다. 다만 ESG평가업계는 KAI의 현행 지배구조 등급인 B+만으로 충분히 의미있다고 본다.

(자료=한국ESG기준원)

지난해부터 KCGS는 ESG 모범규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정하면서 이전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에 최하위 등급인 D가 2021년 12개사에서 2022년 256개사로 늘었고 A+에서 C에 이르는 모든 등급의 부여 기업 수가 줄어드는 등 대규모의 등급 하락이 있었다.

당시 KCGS는 "ESG경영에 대한 리더십의 역할과 관련해 실무진 중심의 단편적 ESG 개선이 아니라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 중심의 체질개선이 전제돼야 ESG 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KCGS가 이사회의 '역할론'을 부각함으로써 환경과 사회와 비교해 눈에 띄지 않았던 지배구조(G)가 ESG 역량의 주요 평가요인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지배구조 분야는 올해 3대 세부 분야 가운데 상위권(A+~B+)의 비중이 35.2%로 가장 적은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 난점이다. 환경은 41.2%, 사회는 47.4%다.

◇이사회의 ESG 역량 강화 속 일부 위원회 미운영 ‘아쉬움’

KAI의 지배구조 개선은 지난해 8월 이사회 안의 소위원회로 ESG위원회를 설치한 데서 시작한다. 복수의 국내 대기업들이 2020~2021년, 늦어도 2022년 초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운영을 본격화한 것과 비교하면 KAI의 첫 걸음은 비교적 느린 편이다.

다만 KAI는 ESG위원회 위원 5명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면서 위원회의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공익위원장을 거쳐 ESG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ESG분야의 전문가 김광기 사외이사에 위원장을 맡겨 전문성까지 확보했다. KAI의 ESG위원회는 분기별로 1회씩 정기 위원회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임시 위원회를 열며 ESG 경영활동 및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KAI는 ESG위원회의 실행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ESG 실무협의회도 구성했다. 조우래 KAI 글로벌수출/전략본부장 상무가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ESG위원회와 ESG 실무협의회의 활동은 KAI가 올해 창사 이래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자료=KAI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KAI의 이사회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규정만 존재할 뿐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경영위원회가 대표적 허점으로 꼽힌다. 이 조직은 통상적 금융거래나 일정 규모 이하의 투자집행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2인 이상의 상근이사가 위원회 구성의 필요조건이다.

현재 KAI의 이사회는 강구영 대표이사 사장 1인 사내이사와 5인의 사외이사를 더해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상근이사가 강 사장뿐인 만큼 경영위원회는 구성되지 않고 있으며 해당 업무는 일반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논의되고 있다.

내부거래위원회 역시 비슷한 사례다. 현재 운영이 가능하지만 KAI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이 조직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이사회로 통합 운영 중이다.

두 위원회의 미운영 사례는 이사회가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KAI 측에서도 이 조직들의 운영을 염두에 두고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5월 발간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향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수를 확대하는 등 방안을 통해 두 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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