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이 국내와 해외에서 엇갈렸다. 그러나 약점으로 지적된 사안은 '반부패'로 같았다. KAI는 반부패 윤리경영의 강화를 ESG 경영의 최우선 이슈로 선정하고 이 분야의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2023년 2분기 등급 조정을 통해 KAI의 지배구조(G)분야 등급을 기존 C에서 D로 한 단계 낮춰 잡았다. 이에 ESG 통합 등급도 기존 B에서 C로 낮아졌다. 분야별 등급은 환경 B, 사회 A, 지배구조 D다.
KCGS의 KAI ESG 등급 하향 사유는 임직원 배임 혐의 발생이다. 앞서 5월 KAI는 2025년까지 1000억원가량을 들여 추진하는 스마트플랫폼 구축사업 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의 100억원대 배임 혐의를 포착하고 대검찰청에 해당 임직원의 수사를 의뢰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은 7월 평가를 통해 KAI의 ESG 등급을 4년째 BB로 유지했다. MSCI의 BB는 KCGS의 B와 같다. 국내 기관과 글로벌 기관의 등급 평가가 엇갈린 것이다.
다만 MSCI는 경영진의 위법행위나 부패 행위를 일컫는 '기업행위(Corporate Behavior)'를 KAI의 ESG 취약점(ESG Laggard) 중 하나로 꼽았다. 국내와 글로벌 기관이 등급은 다르게 평가했지만 반부패가 KAI의 약점이라는 데는 의견이 합치된 셈이다.
KAI의 반부패 역량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 지난 2017년 하성용 전 KAI 사장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공여 등 10여 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KAI 법인도 하 전 사장의 분식회계에 가담해 부당이윤을 챙겼다는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다.
KAI 법인의 혐의는 2021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하 사장의 혐의들 가운데 횡령 중 일부 금액과 취업 청탁 혐의는 유죄로 판결되면서 KAI에도 비리의 온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여기에 최근 적발한 임직원 배임 혐의가 더해지면서 KAI의 반부패 취약점에 대한 ESG 평가업계의 시선이 더욱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임직원의 부패행위에 대한 KAI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KAI는 창사 뒤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다수 기업들이 ESG 경영의 중점 사안으로 기후변화 대응이나 에너지 관리 등 친환경·탈탄소 관련 이슈를 내세우는 가운데 KAI는 반부패 윤리경영 강화를 최고 핵심이슈로 꼽으며 반부패 취약점의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KAI는 임직원의 윤리준법교육 수료자 수가 2021년 1만3308명에서 2022년 1만992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021년에는 43개였던 교육 대상 협력사 수도 2022년 50개로 늘었다.
다만 ESG 평가업계 일각에서는 KAI의 반부패 취약점 해소 노력이 이사회의 관리 및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힘이 더 실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AI는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 △경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 5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다만 이 중 경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는 운영되고 있지 않으며 이사회가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KAI 경영위원회는 2인 이상의 상근이사로 구성되어야 하나 KAI의 상근이사는 대표이사인 강구영 사장 단 1명뿐이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가 위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도록 3인 이상으로 구성되어야 하나 위원이 선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