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이다. D램과 낸드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시대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HBM이 불황 타개의 돌파구가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이 핵심 키워드가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움직이는 두 회사가 컨콜에서 직접 밝힌 HBM 사업 현황과 전망을 통해 글로벌 HBM 시장을 들여다본다.
◇삼성전자 "업계 최대 캐파 확보"
현재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SK하이닉스다. 4세대 HBM3를 먼저 개발해 미국 엔비디아 독점 공급 타이틀을 가져가면서 SK하이닉스가 선도업체 이미지를 굳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 1위도 SK하이닉스(50%)다. 그다음이 삼성전자(40%)와 마이크론(10%)이다.
글로벌 메모리 1위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보다 앞선 성능의 제품을 내놓고 업계 최대 수준의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해 선두 타이틀을 가져온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을 뛰어넘으려면 빠르게 캐파를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번 컨콜에서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HBM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며 "내년 HBM 공급 역량은 업계 최고 수준 유지 차원에서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 공급 협의까지 마무리한 상태란 점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5세대인 HBM3 8단과 12단 모두 양산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 중이고 4분기부터는 미국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등으로 고객사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보다 성능이 좋은 차세대 제품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도 읽힌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제품명 샤인볼트)는 업계 최고 수준 성능인 9.8초당기가비트(Gbps)로 개발했으며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HBM3E로의 전환이 이뤄질 시점으로는 내년 하반기를 제시했다.
삼성전자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콜에서 "앞으로도 HBM의 선두 업체로서 하이스피드·저전력 등 제품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력 등을 기반으로 HBM 시장의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선도 자신, 2025년 물량까지 협의 중"
SK하이닉스도 HBM 캐파 확대를 시사했다. 양사 모두 캐파 확대에 나선다는 건 그만큼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HBM 수요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다만 구체적인 증설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양산 중이며 다음 세대인 HBM3E는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8월부터 5세대(1b) D램 기반의 HBM3E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HBM4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BM3E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양사가 또 한 번 1위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 컨콜에서 차세대 HBM3E 로드맵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당사의 HBM3E는 AI용 메모리의 필수 사양인 속도는 물론,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시켰다고 자부한다"며 "당사의 HBM3E 제품은 어드벤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제품의 열 방출 성능을 기존 대비 10% 향상시켰으며, 하위 호환성도 갖춰 고객이 HBM3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시스템에서 설계나 구조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현재의 HBM 시장 선도 지위를 굳혀나가는 게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SK하이닉스는 제품 경쟁력과 양산 경험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만큼 수주경쟁력에서도 우위에 있단 점을 강조했다. 박명수 D램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HBM3와 HBM3E 모두 내년 캐파가 현 시점에서 이미 솔드아웃됐고, 이런 상황에서도 고객들의 추가 수요 논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2025년까지도 확대해 대부분의 고객사와 파트너들과 기술 협업과 캐파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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