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네오이뮨텍 지분 전량에 대한 양도 기한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뤘다. 네오이뮨텍 주가가 2년 사이 급락을 거듭해 적정가에 매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 정지 해제 후 회사의 자금 사정이 개선된 점도 결정에 힘을 실었다.
◇ 현금 확보 위해 양도 결정했지만···예상치 못한 주가 급락
신라젠은 네오이뮨텍에 대한 주식 양도 기한을 1년 뒤인 2024년 10월 26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신라젠이 보유한 네오이뮨텍 주식 수는 총 94만9900주로 지분의 4.8%다.
네오이뮨텍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 요법으로 한 T세포 기반 면역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T-17을 중심으로 다양한 병용 치료 임상을 시도하고 있다. 제넥신이 21.18% 지분을 보유한 스핀오프 기업이기도 하다.
신라젠은 2018년 11억원을 투자해 네오이뮨텍 지분 20만주를 취득했다. 이후 네오이뮨텍이 2021년 3월 코스닥에 입성하며 보유 주식수가 100만주로 늘었고 101억원의 지분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신라젠은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었다. 2020년 5월 경영진 배임 혐의 보도 후 주식 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개선계획 이행 과정에서 자본금을 늘려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었다.
마침 네오이뮨텍이 상장하며 주가가 오르자 차익 실현과 현금 확보 목적으로 주식 양도를 결정했다. 다만 주식을 즉시 매도하지는 않고 양도 예정 기한만 2022년 11월 25일까지로 정했다.
하지만 네오이뮨텍의 주가가 1년새 급락하며 계획이 틀어졌다. 주축 파이프라인의 아쉬운 임상 결과가 반복된 영향이었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된 NIT-116에 대한 임상 1상을 3년 만에 중단했다. 7월에는 NT-17의 병용 임상 프로그램 14건 중 3건이 임상을 멈췄다.
신라젠은 보유한 100만주 중 5만100주를 제외한 94만9900주를 처분하지 못했다. 양도 기한을 올해 11월 3일까지로 늘려 주가 반등을 기대했으나 상황은 악화됐다. 최초 양도 결정 시점인 2021년 11월 25일 1만600원이던 주가는 2023년 10월 27일 1279원이 됐다. 이에 올해도 양도 결정을 1년 미뤘다.
◇ 네오이뮨텍 양도 결정 1년 유보···”주가 동향 관망하겠다”
신라젠의 자금 사정 완화도 유보 결정에 힘을 더했다. 소위 말해 한 푼이 절실했던 2년 전과 달리 급하게 주식을 매도할 필요가 줄었다. 2020년 말 연결 기준 201억에 불과했던 신라젠의 현금성자산은 2023년 반기 기준 517억원으로 개선됐다.
이는 경영권 안정화가 밑바탕이 됐다. 신라젠은 2021년 엠투엔과 뉴신라젠투자조합1호 대상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엠투엔이 확실한 곳간 역할을 해내며 이전보다 원활한 현금 흐름을 갖추게 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주식 거래 정지가 해제돼 자금 조달도 용이해졌다. 시장으로부터 잃었던 신뢰도를 회복하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력 충원과 더불어 판교 연구소와 미국 지사의 확장 이전을 완료했다.
신라젠은 우선 네오이뮨텍의 주가 동향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양도결정일 변경은 네오이뮨텍의 주가가 떨어지며 지금 매도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원하는 주가 수준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양도일 연기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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