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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풍향계

회사채 시장 데뷔 SK온, IB들 '달갑지' 않은 까닭은

발행 쉽지 않은 A급, 모회사 지원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 추진

안정문 기자  2023-10-19 15:22:4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신용등급 A+의 SK온이 국내 회사채 시장에 데뷔한다. 회사채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A급 기업이 5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발행을 하게 되자 주관사들이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지게 됐다.

19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목표금액은 3000억원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수요예측은 24일, 발행일은 31일로 예정됐다.

A급은 회사채 시장 분위기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신용등급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4%를 넘어서고 은행채, 공사채 발행 물량이 늘어난 것의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가 10일 발표한 9월 등급별 회사채 미매각 현황에 따르면 A급 회사채의 미매각율은 16.4%다. AA급 이상은 0, BBB급 이하는 3.8%라는 점과 비교하면 A급의 미매각율이 가장 높은 것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A급 기업들이 충분한 주문을 확보했다는 점은 IB들에게 위안거리다. HD현대일렉트릭, 다우기술, HD현대중공업, LS전선 등은 수요예측에서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주문을 확보했다.

회사채 시장이 약세인 가운데 SK온이 5000억원까지 증액한도를 열어놓은 점도 IB들에게 부담요소다. IB업계 관계자는 "A급에서 5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시장 상황이 좋았다면 증액한도까지 주문을 쉽게 확보했겠지만 최근에는 수요예측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A급 기업이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사례는 한차례 뿐이다. 2021년 9월14일 LG디스플레이가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그것이다. 4000억원대 발행사례도 3건에 불과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2월23일 4450억원, 롯데렌탈은 2022년 1월26일 4100억원, 롯데물산은 2021년 6월11일 4000억원을 발행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IB들로서는 향후 SK그룹의 회사채 주관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회사채에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SK그룹이 활발하게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빅 이슈어 그룹이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도래하는 SK그룹의 회사채 규모만 하더라도 6조원을 넘는다.

SK온 회사채 신용등급 리포트에서는 크레딧업계의 고심도 묻어난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 20~21일 SK온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우수한 사업안정성 및 성장성, 설비 투자 부담에 따른 중단기 재무부담 확대 추세, 유사시 계열지원가능성 등이 평정 논거로 제시됐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유사시 지원가능성과 관련해 2노치나 등급을 상향조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각 신평사별 기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지원가능성과 관련해 2노치 상향조정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은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낮은 점수를, 시장 지위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익 안정성, EBITDA/매출, 영업이익/금융비용, 조장순차입금/EBITDA에서 CCC를, 조정부채비율과 조정차입금의존도에서 BB등급을 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비용커버리지, 현금흐름의 적정성에서 가장 낮은 B 등급을 부여했다. 다만 전망치에서는 금융비용커버리지를 A로, 현금흐름의 적정성을 BB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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