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thebell interview뉴제네레이션 PE 포커스

김성민 아크앤파트너스 대표 “우리만의 아크스테이지 투자 전략 구축 목표"

'30대 중반' 젊은 창업가 정신 강점, 버거킹·하이파킹·스타비젼 등 트렉레코드

김지효 기자  2023-09-25 15:16:15

편집자주

자금시장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에서도 운용사간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도 시장에 존재감을 뽐내는 '뉴제네레이션' 중소형 하우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건전한 PEF 생태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더벨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뉴제네레이션 PE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운용 전략 등을 살펴본다.
1960~70년대생 창업자들이 즐비한 PE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1980년대생 창업자, ‘뉴제네레이션’의 등장이다. 이들은 단순히 나이가 어릴 뿐만 아니라 PE업계에서 보기 드문 전략을 구사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크앤파트너스(이하 아크)’를 이끌고 있는 김성민 대표(사진)도 그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아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로쓰 바이아웃’이라는 아크의 투자전략을 통해 국내 투자업계에 새로운 투자 단계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20대 후반부터 PE업계 몸담아, 버거킹·하이파킹·스타비젼 등 투자 경험

김 대표는 1984년생으로 올해 39세다. 아크를 설립한 3년 전에는 36세에 불과했다.

나이는 PE업계의 다른 대표들보다 어린 축에 속하지만 그의 PE 투자 경험은 12년에 이른다. 김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이었던 2012년 자연스럽게 금융업계에 발을 들였다. 골드만삭스 썸머 인턴시절 인연을 맺은 현재 VIG얼터너티브크레딧 한영환 전무의 소개로 PE업계에 몸담게 됐다. 그의 경력은 국내 최초 PE인 보고펀드에서 시작됐다. 이후 VIG파트너스를 거치며 아크를 창업하기 전까지 9년 가량 투자경력을 쌓았다. 함께 아크를 이끌고 있는 안성욱 대표도 이때 만났다.

김 대표가 투자에 관여한 첫 바이아웃 딜은 버거킹 인수였다. 두산그룹 품에서 버거킹을 떼어와 다시 어피니티에 엑시트하는 과정까지 실무를 담당했다. 그는 “첫 바이아웃 딜이라 회사에 애정이 많았고 아직까지도 당시 버거킹의 주요 임직원들을 만난다”며 “하지만 너무 정이 들어 팔 때 아쉬움이 컸고 이 경험을 통해 투자할 회사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 트랙레코드는 주차장 운영기업 ‘하이파킹'과 컬러렌즈 전문기업 스타비젼 바이아웃건이다. 하이파킹 투자는 투자원금 대비 3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시 김 대표는 금융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동산 펀드 관계자들을 소개받아 펀드 소유 주차장 수주 영업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점유율을 높여가던 하이파킹은 최대 경쟁사였던 ‘윌슨파킹코리아’를 볼트온하는 전략을 통해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거듭났다.

스타비젼 투자에서는 딜 발굴부터 밸류업까지 맡았다. K-뷰티가 한창 ‘핫’했던 2018년, 이미 밸류가 높아진 화장품 대신 컬러렌즈시장을 공략했다. 김 대표는 스타비젼 투자를 ‘바이아웃의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회사 발굴부터 밸류업에 필요한 제품 제조부터 브랜드 마케팅, 조직 인사 및 구성, 해외진출까지 밸류업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스타비젼은 투자 5년 만에 투자금의 2배에 이르는 수익을 낸 투자사례로 기록됐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건 그로쓰 스테이지 투자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VC와 PE로 양분화된 국내 투자시장에서 그로쓰 단계의 기업에 대한 바이아웃 투자를 전략으로 내건 운용사가 적다는 점에서 그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우스를 차리기로 결정하고 유독 코드가 잘 맞았던 안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김 대표와 안 대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일에서는 누구보다 생각이 잘 맞는 동료였다. 김 대표는 “안 대표는 제가 그저 직원이던 시절, 엉뚱한 딜을 가져와도 이해해주고 한번 해보라며 응원해줬고 아크를 설립한 이후에도 의견 불일치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연차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경험과 네트워크가 달라 겹치지 않는 점이 장점이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전략을 가진 새 하우스를 차린다면 ‘뉴제네레이션’이 하우스를 이끌어야 한다는 안 대표의 철학으로 두 사람은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그로쓰 바이아웃으로 하우스의 투자전략을 정하고 가능한 젊은 구성원들로 팀을 꾸렸다. 바이아웃 딜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아크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40대 이하다.

아크 창업 전 9년간의 투자 경험은 김 대표가 아크를 설립하고 이끄는 기반이 됐다. 김 대표는 “투자를 해보니 수익률이 잘 나왔을 때가 가장 보람찼다”며 “현재 아크가 집중하고 있는 밸류크리에이션도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으로 좋은 성과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투자 철학인 ‘We view ourselves as entrepreneurs with capital under management(우리는 자본을 운용할 수 있는 기업가라 생각한다)'도 같은 맥락이다.

◇세컨더리 엑시트 전략, ‘VC투자→그로쓰 바이아웃→대형PE’ 생태계 구축

아크가 내세우는 ‘그로쓰 바이아웃’은 투자가 필요한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에 단순한 소수 지분투자가 아닌 성장을 직접 주도하여 가치를 높이는 투자전략이다. 김 대표는 이 전략을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라고 표현했다. PE들이 통상 그로쓰 단계의 기업을 바이아웃 대신 지분투자 방식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그로쓰 바이아웃은 업계에서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의미다.

남다른 투자전략 덕분에 아크의 엑시트 전략은 명확하다. 아크의 엑시트 전략은 세컨더리 엑시트다. 대형 PE를 잠재적 원매자로 두고 있다. 아크는 펀드 만기가 아닌,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더 큰 성장이 필요할 때 엑시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형 PE에 몸담았던 경험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기업 규모와 특성을 잘 알고 있다”며 “오랜 기간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기 보단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대형 PE들이 키울 수 있도록 성장성을 남겨 두고 한 박자 빠르게 엑시트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첫 투자 단계로 벤처캐피탈(VC)이 투자하면, 두번째로 아크가 투자해 키워내고 마지막 단계로 대형 PE가 몸집을 더 키우고 성장을 고도화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아크가 밸류업하는 2번째 단계를 ‘아크스테이지’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VC에서 대형PE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VC들도 IPO 이외에 또다른 엑시트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크가 투자하려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기업 또는 산업, 둘째는 인구 및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다. 아크가 투자한 리멤버와 카시나 모두 이에 속하는 분야의 기업들이다. 김 대표는 이같은 산업에 투자해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하는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해야만 투자자, 출자자,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첫 블라인드펀드 ‘레드’ 조성 닻 올려, 세대교체 위한 루키리그 활성화 희망

아크는 이제 새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첫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선 것이다.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는 ‘아크’라는 하우스 이름에 걸맞게 첫 블라인드펀드 이름은 무지개의 빨간색을 의미하는 ‘레드’로 지었다. 레드는 3년 전인 아크의 출범부터 계획됐다.

김 대표는 “기존 PE들이 해왔던 투자전략으로 아크를 시작했다면 처음부터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려 노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크의 전략이 자본시장에서는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해 먼저 프로젝트펀드를 꾸려 리멤버, 카시나에 투자해 이 같은 전략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블라인드펀드를 통해서도 이 같은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크는 레드의 국내 펀딩 목표를 1500억원으로 잡았다. 첫 블라인드펀드로는 적지 않은 규모지만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아크는 하반기 처음으로 도전한 기관 출자사업 중 이미 두세 곳의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루키리그가 축소되면서 트랙레코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하우스들이 출자사업에서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특히 해외 LP들의 투자의향서를 받은 덕분에 허들이 높은 성장금융의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출자사업에서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하반기에는 블라인드펀드 조성과 함께 1~2건의 신규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향후 PE업계의 생태계 구축과 세대교체를 위해 루키리그가 꼭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PE업계는 K-POP으로 치면 뉴진스 같은 새로운 걸그룹이 나오지 않고 계속 소녀시대에 갇혀있는 셈”이라며 “이제는 80년대생이 만든 GP도 많이 생기고, 그걸 본 90년대생이 만든 GP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과 스타일을 가진 GP가 공급돼야 LP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아진다”며 “루키리그가 새로운 GP를 키우는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성민 아크앤파트너스 대표 이력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12년~2014년 보고펀드 투자팀 차장
△2014년~2020년 VIG파트너스 투자팀 이사
△2020년~현재 아크앤파트너스 대표이사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