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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 HMM인수의지 확고할수록 '흔들리는 투심’

두 달만 주가 22% 하락 '연일 신저가', 인수자금 조달 과정 재무건전성 유지 관건

서지민 기자  2023-09-25 07:27:0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동원산업은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고 동원그룹의 지주사로 발돋움했습니다. 원양업계에서 굳건한 선두 지위를 갖춘 기업인데다 식품가공, 포장, 물류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형 지주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죠.

그러나 요즘 동원산업의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조금씩 하락 신호를 보내며 7월 4만원대 벽이 무너지더니 최근 약 두 달 간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수산업 업황이나 자회사의 실적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하락폭이 두드러진 건 이례적입니다.

9월 22일 종가 기준 동원산업의 주가는 31800원으로 두 달 만에 약 22% 하락했습니다. 1조 9000억원대로 2조원을 넘보던 시가총액은 1조 4000억원대로 감소했죠.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 연속 신저가를 경신하면서 간신히 3만원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동원그룹의 HMM 인수전 참전이 동원산업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처음 동원그룹의 HMM 인수 의지가 알려진 건 7월 25일 오후입니다. HMM의 투자설명서(IM)를 받아 인수 검토에 들어간 점이 알려졌습니다.

이날 종가 기준 4만200원이던 주가는 그 다음날 3만8700원으로 1500원 떨어졌습니다. 거래 물량은 두 배 넘게 뛰어올랐습니다. 올해 2월 동원산업이 맥도날드코리아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주가가 10% 이상 급등할 정도로 기대를 받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죠.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은 올해 가장 큰 빅딜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는 최소 5조원인데요.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100억원 불과한 동원산업으로서는 자체적으로 실탄을 조달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동원산업은 대주주 지분을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 자회사 상장, 사옥 매각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리한 자산 유동화가 재무 안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원그룹의 HMM 인수 의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듯 합니다. 동원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종합 물류사업부문을 낙점하고 부산 신항에 스마트 항만 ‘DGT부산’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매출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HMM을 더하게 되면 물류 사업에서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다는 포부죠.

19일 동원그룹의 차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HMM 인수에 대해 "꿈의 정점"이라며 "동원그룹은 바다와 함께한 기업인 만큼 (HMM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동원산업 주가는 이날에도 어김없이 신저가를 다시 썼습니다.

동원그룹 물류사업
출처:동원그룹

◇Market View

동원그룹이 HMM 인수 참여 의지를 밝힌 후 동원산업을 평가한 최신 종목 리포트는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동원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는 줄곧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흥국증권은 올해 7월 동원산업 목표 주가로 5만5000원을 제시했는데요. 당시 동원산업의 주가가 3만8000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기대감을 보인 셈입니다. 주력 부문인 수산, 식품 사업에서의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당시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육상 연어양식, 스마트 항만하역 등 미래 성장 사업군을 선정해 적극적 투자로 사업역량을 확대해가고 있다"며 "최근 주가 하락을 중장기 차원에서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수 과정에서의 위험성을 차치한다면 HMM 인수로 얻게 될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미 보유 중인 육상 물류 계열사와 항만을 활용해 종합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죠.

◇Keyman & Comments

결국 관건은 동원그룹이 하림그룹, LX그룹과의 인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 또 그 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지입니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라는 미션을 안은 최고재무책임자(CFO) 백관영 상무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죠.

백 상무는 순혈 '동원맨'으로 동원그룹을 대표하는 재무통 중 한명으로 꼽힙니다. 1970년생인 그는 1989년 동원산업에 입사한 후 34년째 동원그룹에서 재무 관련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1987년 자금팀으로 입사한 박문서 동원산업 대표의 직속 후배기도 하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는 동원산업의 보고서에는 작성책임자인 백 상무에게 바로 연결되는 직통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업무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자 외부 미팅으로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에 자리를 떴다는 그는 저녁이 되도록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HMM 인수 본입찰을 앞두고 CFO로서 분주하게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대외 홍보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미팅 중이라서 휴대폰으로도 연락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9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직통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때 비로소 백 상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직접적인 언론 접촉은 부담스러운 듯 홍보실을 통해 연락해달라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습니다.

서면으로 전달받은 백 상무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원산업 주가는 식품 섹터의 전체적인 부진을 비롯한 편향적인 시장 흐름의 영향 등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동원산업은 2차전지 소재, 스마트 연어육상양식, 스마트 항만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판으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활동이 주가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 상무는 HMM 인수와 주가에 대해서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는 "(HMM 인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주주들이 판단해주시는 부분이라 저희가 함부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면서도 "회사는 철저히 준비하여 걱정하시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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