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최대주주 박관호 의장이 2년여 만에 다시 지분 유동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플래닛과 알파자산운용에 지분 일부를 넘기고 현금 300억원을 수중에 넣을 예정이다. 자사 가상화폐 '위믹스'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위믹스에 300억원을 투자한 만큼 올해도 300억원을 쏟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지분 매각은 위믹스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최대주주로서 위믹스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것이다. 나아가 위메이드가 위믹스 관련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진지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도 담겨 있다. 연이은 악재로 불안해하는 위믹스 투자자를 달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관호 의장, 지분 2.6% 팔아 300억 마련 예정
박 의장은 지난 18일 SK플래닛과 주식 장외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1.27%(42만8670주)를 현금 150억원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이다. 주당가액으로 환산하면 3만4992원이다. 납입일은 오는 22일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파트너사인 SK플래닛과의 지분을 교환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 의장은 지난 19일 알파자산운용과도 주식 장외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SK플래닛 계약건과 대동소이하다. 알파자산운용에 위메이드 지분 1.27%(42만9874주)를 넘기고 150억원을 받는다. 납입일은 내달 11일이다. 두 계약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박 의장 지분은 43.89%에서 41.35%로 감소한다.
박 의장이 지분을 매각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당시 박 의장은 장내매도 방식으로 위메이드 지분 1.43%(23만9780주)를 처분해 100억원을 마련했다. 2020년 12월에도 지분 0.6%(10만주)를 장내매도해 36억원을 거둬들였다. 2019년 1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지분 0.6%(10만주)를 현금화했다.
◇'저평가' 위믹스에 전액 재투자 가능성
박 의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300억원을 위믹스 매입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매입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300억원 전부를 위믹스에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의장은 지난해 사재를 출연해 위믹스 300억원어치를 매입했고, 올해도 계속해서 위믹스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만약 올해도 300억원을 투자한다면, 박 의장의 위믹스 투자액은 단숨에 600억원선을 넘어선다. 박 의장이 위믹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위메이드 최대주주로서 앞으로 위믹스의 가치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란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최근 위믹스 시세는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 11월에는 2만9000원대까지 오르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연이은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는 상장폐지 사태가 불거졌고, 올해는 정치권과 엮여 곤욕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최근에는 8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박 의장은 위믹스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장현국 대표도 '위믹스 살리기' 동분서주
장현국 대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자신의 급여와 위메이드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금으로 위믹스를 사들이고 있다. 누적 매입액은 12억원이 넘는다. 위메이드 핵심 경영진인 의장과 대표가 사실상 위믹스 투자자와 같은 처지인 셈이다. 위믹스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만큼 위믹스 투자자와의 소통도 신경 쓰고 있다. 올해부터 분기마다 '위믹스 AMA(Ask Me Anything)'라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폐지 사태 이후 커진 위믹스 투자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3차 간담회에서 "홀더(투자자)들의 기대치에 충족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이다. 위메이드는 향후 블록체인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고 위믹스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거대한 위믹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만큼 위믹스 투자자를 최대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의장과 대표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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