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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바이오텍 생존전략

희미한 조중명 리더십, 불분명한 CG인바이츠 신약 꿈

설립 23년, 수천억 조달에 복잡한 주주갈등…신약개발 '구심점' 불투명

최은진 기자  2023-09-12 07:40:02

편집자주

바이오벤처는 2000년대 들어 출현했다. 1990년대 벤처 붐 이후 10년여가 흐른 시점이다. 업계는 이들을 1세대 바이오텍이라고 부른다. 벤처 선봉에 섰던 IT 붐은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옥석가리기가 이뤄졌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는 20여년째 아직도 벤처 이름표를 달고 '생존' 중이다. 이제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한다. 매각, 아이템 변경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전환점에 선 1세대 바이오텍의 전략과 방향을 들여다 본다.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 등 신약개발의 주역이자 바이오업계 신지식인으로 꼽혔던 조중명 회장. 대기업 연구소장직도, 국가 주도 연구단장직도 포기하고 창업한 크리스탈지노믹스(현재 CG인바이츠)다. 조 회장을 구심점으로 한 신약개발의 꿈은 설립 23년이 지난 지금 유효할까.

이 지점에 대한 답은 불확실하다. 여전히 조 회장이 주요주주로 자리하고 있지만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그 영향력이 유지될 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사내에 그가 어떤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지 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여기에 여러 이해관계까지 얽히고 설키면서 주주들간의 갈등도 부담으로 꼽힌다.

◇조중명 회장 '이름값' 기대 속에 탄생, 기대만 못한 '아셀렉스'의 꿈

2000년 약 300명의 연구진을 이끌던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장 출신 조 회장이 택한 건 벤처창업이었다. '바이오 사관학교'라 불릴 정도로 제약바이오업계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던 LG화학이었고 그 중 조 회장은 연구소를 이끌던 수장이었기 때문에 확실한 브랜드 가 있었다. 그랬던 그가 창업한 회사였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지금의 CG인바이츠의 초기 포부는 분명한 '신약개발'이었다. 구조유전체학의 핵심인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선도물질 개발이 사업목표였다. 2년안에 해당 분야 세계 최고 위치에 올라 2003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획한다고 밝혔다.

성과가 없던 건 아니다. 2015년 국내 바이오 벤처 가운데선 처음으로 국산 22호 신약으로 '아셀렉스'를 허가받았다. 이에 대한 상업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화일약품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실적이었다. 신약 허가 초기인 2016년 36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지만 작년 4억원대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들쑥날쑥 하지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거라는 기대는 그저 장밋빛 전망에 그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지난 10년간 CG인바이츠가 '아셀렉스' 외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받은 유상증자만 2275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으로 신약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지만 매출을 방어할만한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크리스탈생명과학을 통해 인수한 핫팩 회사 '즐거운쇼핑'이다. 2018년 인수한 곳으로 작년 기준 연간 19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CG인바이츠 자체의 별도 실적은 몇십억원 매출에 불과하고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단 한번도 흑자를 낸적이 없다. 지속가능 성장모델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인수한 게 핫팩회사 등이었던 셈이다.


신약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임상 진행 중인 건 대부분이 임상 1상이나 전임상 단계다. 사실상 '아셀렉스'에 대한 외연 확장이 현재로선 기대할만한 신약성과의 대부분이다. 터키·중동·북아프리카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이외 동남아·유럽·중국 등을 대상으로 타진하고 있다.

◇현대파트너스 신주 발행 무효 '인용' 주주갈등 심화 예고

설립 23년간 명맥이 유지되면서 CG인바이츠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개입됐다. 상장 초기만 해도 30%에 달했던 조 회장의 지분율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됐다. 이는 곧 또 다른 주주들의 득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불분명한 주도권은 갈등을 만들었다.

한미약품이 한때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가 2016년 갑작스런 장내매도를 하면서 조 회장이 공개적으로 나서 강도높게 비난을 하기도 했다. 2020년 오성첨단소재와 금호에이치티가 주요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고 이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가 재매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외 작년 현대투자파트너스 펀드 '에스앤에이치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지분 5.83%를 확보하며 주요주주로 새롭게 부상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주식회사'가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상황전환우선주(RCPS)를 고려한 잠재 지분율은 대략 20%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9.69%에 불과하다.

복잡한 주주구성,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등에 따라 여전히 CG인바이츠는 주주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현대투자파트너스를 대상으로 한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일부 주주들의 소송이 받아들여지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CG인바이츠에서는 항소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지금까지 해당 주주가 해왔던 의결권 행사 등도 무효화 될 가능성이 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인 만큼 향후 판결이 회사의 경영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회장의 리더십이 불분명하다. 올 초 조 회장이 사내이사 임기를 남겨두고 퇴임했지만 지난 6월 말 진행된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다시 복귀했다. 이사회 의장 역할을 맡으며 출근은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는 파악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75세 고령의 나이인데다 엑시트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걸로 감안하면 신약개발에 역량을 쏟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CG인바이츠의 신약연구를 이끄는 핵심 키맨은 셋이다. 이춘호 전무이사가 의약화학 총괄 및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역할을 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학사와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박사 등을 마친 인물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이사, 대웅제약 신약연구센터 센터장,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신약개발지원센터 등을 거쳤다.

조재평 제품개발센터장(이사)은 제제연구 총괄 및 개발 약물의 제형개발, 신제품 발굴 등을 담당한다. 전남대학교 정밀화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를 마치고 에꼴폴리테크니크 드 몬트리올에서 화학공학 박사를 지냈다. 맥길대학교 제지연구소 연구원, 건일제약 제제팀장 등을 거쳐 CG인바이츠에 적을 두고 있다.

김영대 연구위원은 바이오 평가 및 면역 연구총괄을 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소 박사, 아주대학교 유전체불안정성연구소 연구교수를 지냈던 인물이다.

CG인바이츠 관계자는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신주발행 건에 대한 무효판결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지만 항소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최대주주와 함께 신약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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