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계열사 신한자산운용 OCIO 공모펀드에 연말께 500억원가량 확정급여형(DB) 적립금을 태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00억원 단위 적립금 투자를 검토했던 것에서 한발 후퇴한 모습이지만,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 운용 행태에서 한 발 나아가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연말 계열사인 신한운용 OCIO 공모펀드에 DB 적립금 중 약 5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에도 DB 적립금의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적극 검토했지만, 당시 금리 인상과 내부 조직 반대 등의 이유로 집행하지 못했다.
금융그룹 계열 시중은행의 DB 적립금 실적배당형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이 KB자산운용 OCIO 공모펀드 시리즈에 도합 2000억원 안팎 규모 자금을 투입했고, 농협은행과 관계사들도 계열 관계에 있는 NH아문디자산운용 OCIO 공모펀드에 2000억원에 가까운 적립금을 태웠다.
여기에 SC제일은행이 적립금 일부의 펀드 투자를 검토하고 있고 하나증권이 자문하는 삼성자산운용 OCIO 공모펀드에 하나은행 적립금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신한은행이 계열 운용사에 적립금을 태우지 않은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 DB 적립금은 1조9190억원. 같은 기간 전체 적립금의 89.6%에 해당하는 1조7191억원을 정기예금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10% 남짓인 1999억원을 채권 등 자산으로 굴리고 있었다. 이중 단기채로 운용하고 있는 적립금 일부를 현금화해 연말 펀드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DB 적립금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조직이 인사부인데, 노조 갈등 등을 우려해 실적배당형 상품 투입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자 입장에서 본인 적립금 대부분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면서 외부 영업을 전개하기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6월 말 현재 신한은행이 위탁하고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36조7475억원. 전체 금융업권 45개 사업자 중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적립금을 맡고 있다. 확정급여형(DB) 적립금이 14조6550억원으로 전체의 39.9%를 차지했고 DC와 IRP 적립금은 각각 29.6%, 30.5% 비중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DB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26억원 감소했지만, 그래도 전체 업권에서 삼성생명 다음으로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교보생명이 오랜 기간 확보했던 유한킴벌리 DB 적립금 사업자 지위를 얻어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에 태우는 트랙레코드를 쌓기도 했다.
여기에 시장 일각에서 금리 고점 의견이 제기되면서 OCIO 투자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실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유휴자금을 연말 OCIO 솔루션을 통해 운용하려는 수요들이 커지고 있다. DB 적립금 투자를 통해 계열사 OCIO 사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한운용은 지난해 5월 초 '신한TRF 성장형 OCIO와 안정형 OCIO' 등 OCIO 공모펀드 라인업을 구축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성장형과 안정형 OCIO 펀드 모두 30억원대 규모로 지난 7월 소규모 펀드로 지정되기도 했다. 두 펀드 모두 4일 현재 펀드 설정 이후 3%대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