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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감축 추진 NHN, '아웃도어글로벌' 비효율 제거

신사업 발굴 목적 10년전 투자, 올 상반기 NHN여행박사에 흡수합병

김경태 기자  2023-08-31 13:43:16

편집자주

모든 법인(法人)의 탄생과 지분 관계 형성에는 배경과 목적이 있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개척, 합작 등을 위해 국내외에 법인을 만들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다. 이는 연결 회계에 흔적을 남긴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뤄지지만 모든 관계가 영속하지는 못한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을 택하기도 한다. 법인을 없애거나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적 부진이나 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이유로 자취를 감춘다. 이는 기업의 사업 전략을 전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벨이 기업의 연결 회계에서 법인이 명멸하는 과정을 내밀히 들여다본다.
엔에이치엔(NHN)은 10년 전 네이버와 결별한 뒤 사업다각화와 신사업 발굴을 위해 다수의 기업에 투자를 했다. 당시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는데 아웃도어글로벌도 NHN의 타깃이 됐다.

하지만 NHN의 휘하로 들어온 아웃도어글로벌은 괄목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NHN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올 상반기 아웃도어글로벌을 NHN여행박사에 흡수합병시켰다. 향후 NHN여행박사가 반전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네이버와 결별 후 사업다각화 일환 투자, 10년만에 자취 감춰

NHN은 2013년 8월 네이버와 분할했다. 분할 초기 NHN은 시장의 변화로 고민이 컸다. 당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확대되면서 PC온라인게임이 위축됐다. NHN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사업다각화로 반전을 모색했다.

네이버와 결별하던 시점부터 NHN은 다수의 기업에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섰다. 사실상 첫 번째 투자했던 곳이 아웃도어글로벌이다. 아웃도어글로벌은 2011년 7월 설립됐다. 아웃도어 관련 서적 출판, 여행사업, 아웃도어 패션 쇼핑몰 운영 등을 했다.

NHN은 2013년 8월 15억원을 투입해 아웃도어글로벌 지분 50%를 확보했다. 당시 이사회 구성원 과반수 임명·해임 권한을 가졌고 연결 종속사로 편입됐다. 아웃도어글로벌은 NHN의 식구가 되던 때 적자를 기록했는데 그 후로도 손실을 기록했다.

NHN은 2016년 아웃도어글로벌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에 미달한다고 판단해 26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다만 같은 해 4월 약 40억원을 추가로 출자하며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NHN의 아웃도어글로벌 지분율은 95%로 상승했다.

2017년에는 잔여 지분 5%를 1억원에 매입해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아웃도어글로벌의 부진은 지속됐다. 같은 해 아웃도어글로벌 지분에 대해 1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0년에도 장부가를 10억원 감액했다.

그 후로도 아웃도어글로벌은 흑자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NHN은 아웃도어글로벌을 정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올 5월 계열사인 NHN여행박사가 아웃도어글로벌을 흡수합병했다. 투자 10년 만의 일이다.

NHN 관계자는 "연결 자회사를 올해 1분기 기준 82개에서 2024년까지 60여개로 줄이는 그룹사 구조 효율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건도 그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가 사업적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수익성 개선 등 경영효율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 합병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NHN여행박사, 5년전 인수 후 적자 지속…반전 여부 '주목'

아웃도어글로벌을 흡수합병한 NHN여행박사 역시 NHN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기업이다. 이곳은 여행박사라는 이름으로 2000년 설립됐다. 그 후 2017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에스티(ST)리더스PE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NHN은 2018년 11월 336억원을 투자해 지분 77.56%를 확보해 새 주인이됐다.

NHN은 여행박사에 투자하며 간편결제 '페이코' 사업역량을 한층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당시 페이코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행 관련 상품과 서비스 결제 비중이 10%에 달했다. 여행박사는 일본 전문 여행사로 출발해 종합여행사로 성장한 곳이라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NHN은 2019년 여행박사의 상호를 NHN여행박사로 바꿨다. 또 지분 19.04%를 82억원에 추가로 인수했다. 지분율 96.6%로 확고한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 한일무역분쟁이 시작되고 일본 여행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또 2020년초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해외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NHN여행박사도 실적 악화를 겪었다.

외부 환경 탓에 NHN여행박사는 NHN에 편입된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매출은 35억원으로 전년(293억원)의 12%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61억원, 당기순손실은 7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NHN여행박사 장부가 약 400억원을 감액해 손상 인식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남은 장부가 19억원을 전액 손상 처리했다.


하지만 NHN은 관광 업황 회복에 따라 반전을 꾀하고 있다. 작년 NHN여행박사의 유상증자에 200억원을 출자했다. 이어 NHN여행박사는 NHN으로부터 투어넷하와이(TOURNET Hawaii, Inc.) 지분 100%를 50억원에 취득했다.

NHN여행박사는 작년에도 영업손실 20억원, 당기순손실 2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됐다. 다만 엔데믹에 접어들고 투어넷하와이 인수 효과 등이 반영되면서 매출이 반등해 기대감을 살렸다. 지난해 매출은 52억원을 기록해 2020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번 아웃도어글로벌 합병으로 향후 반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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