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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증설보다 원자재 구매가 급했던 대한전선

공모 유상증자 대금 운영자금에 초과 집행, 영업현금 개선 과제

김형락 기자  2023-08-30 16:17:1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대한전선이 공모 유상증자 자금 집행 계획을 바꿨다. 3순위였던 운영자금에 2순위인 시설자금보다 많은 돈을 썼다. 운영자금 지출이 예정보다 늘면서 시설투자에 배정했던 공모자금을 줄였다. 경상적 자금 소요를 충당할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지출 계획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은 올 상반기까지 지난해 3월 유입된 공모 유상증자 대금 4880억원 중 3528억원을 썼다. 각각 △채무상환자금에 2000억원 △운영자금에 1287억원 △시설자금에 241억원을 투입했다. 미사용 자금 1352억원은 4개월짜리 특정금전신탁(MMT)으로 운용 중이다.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 컸던 유상증자였기에 채무상환자금은 빠르게 집행했다. 대한전선은 계열사 호반건설과 호반에서 차입한 단기차입금 1600억원(연 이자율 3.2%), 400억원(3.2%) 상환을 최우선순위에 뒀다.

공모자금 사용 2순위는 시설자금이었다. 당초 올해까지 총 2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었다. 각각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9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중동 등 해외 현지 공장 건설에 600억원 △원자재 가공 관련 설비투자에 500억원을 분배했다.

운영자금은 가장 후순위였다. 금액도 가장 적은 880억원을 배정했다. 각각 △국내외 매출처 확대에 500억원 △전선 주요 원자재인 전기동 구매자금으로 38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공모자금 집행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시설자금 집행이 미뤄지고, 계획보다 많은 돈이 운영자금으로 빠져나가면서 집행 계획과 실제 자금 사용 내역이 차이를 보였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상반기에 공모자금 550억원, 하반기에 공모자금 637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당초 운영자금 집행 계획은 상반기 600억, 하반기 280억원이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시설자금으로 사용한 공모자금은 20억원이다. 증자 당시 계획했던 그해 시설자금 집행은 1200억원이었다. 해저케이블 신공장 건설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시설자금 집행도 밀렸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2월 해저케이블 신공장 부지를 충남 당진으로 확정했다. 이사회에서는 4월 공장부지 토지 매입 건, 9월 공장 설비투자 건, 12월 공장 시공 계약 건을 차례로 승인했다.

올 상반기에 추가로 공모자금 101억원을 운영자금에 썼다. 운영자금(1287억원)에 계획(880억원)보다 많은 돈을 사용했다. 같은 기간 공모자금 221억원을 시설자금에 투입해, 총 집행액이 241억원으로 증가했다. 잔여 공모자금(1352억원)은 시설투자, 운영 계획에 따라 사용할 예정이다.


대한전선 현금흐름 추이를 보면 공모자금 사용 계획이 바뀐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대한전선은 2021년부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였다. 지난해 연결 기준(이하 동일)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466억원이었다. 그해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도 856억원이 빠져나갔다. 공모 유상증자 납입금(4880억원)로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메웠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현금흐름은 -569억원이다. 반기순이익(221억원)이 현금흐름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매출채권 증가(359억원), 매입채무 결제(502억원) 등으로 운전자본에 현금이 잠겼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금융자산을 현금화하고, 차입금을 늘려 현금성 자산을 순증가 상태로 만들었다. 올 상반기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지분·채무상품)을 처분해 717억원을 확보했다. 유형자산 취득(331억원), 무형자산 취득(10억원) 등 자본적지출(CAPEX)을 충당할 자금이었다. 같은 기간 재무활동현금 유입액(1162억원)은 대부분 단기차입금 증가분(1273억원)이었다.

앞으로 영업현금흐름을 유입하지 못하면 현금성 자산(3237억원, 단기금융상품 포함)과 추가 차입으로 자금 소요를 해결해야 한다. 추가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은 제한적이다. 상반기 말 유동자산으로 분류된 채무증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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