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가 사모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9월 만기도래 회사채의 차환 목적으로 추정된다. CAPEX(자본적 지출) 확대에 따른 추가 조달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CFO인 이동열 전무는 스플릿상태인 등급이 하향수렴되지 않도록 재무안정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21일 IB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400억원 안팎의 사모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9월24일 만기도래하는 500억원 사모채의 차환에 쓰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깨끗한나라는 보유현금으로 이를 상환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상반기 기준 깨끗한나라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70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1월에는 2월 돌아오는 150억원 사모채 만기를 앞두고 같은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등급스플릿 상태, 하향수렴 가능성도 지난 8일 에너지 재활용시설 및 발전설비에 7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스플릿된 등급이 하향수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깨끗한나라로서 껄끄러운 요소다.
한국기업평가는 16일 깨끗한나라 사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평가에서 'BBB+, 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깨끗한나라는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 185.9%, 순차입금/EBITDA 17.0를 기록하며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등급 하향검토요인을 모두 건드린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023~2025년 소각로 교체 등 설비 투자가 계획된 만큼 중단기 자본적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2023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펄프가격 하락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완화돼 개선된 영업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금소요를 일정 수준 충당해 재무구조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로 2024년 이후 영업현금창출력이 확대되며 중기적으로 부채비율 170~180%, 순차입금/EBITDA 6~7배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BBB+, 안정적'을 제시한 한국기업평가와 달리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등급 및 전망을 'BBB,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BBB, 긍정적'에서 1 노치 조정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백판지 수요둔화와 경쟁사 생산시설 증설 등 불리한 사업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차입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중단기적으로 의미있는 재무안정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등급 하향검토 요인에서 벗어나있다는 점은 깨끗한나라로서 위안거리다.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깨끗한나라의 실적이 기대대로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그리지 못하면 한국기업평가도 하향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FO 이동열, 차입규모 조절 나서 신용등급이 하향수렴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CFO인 이동열 전무가 풀어야 할 숙제로 평가된다. 이 전무는 올해 1분기까지 상승하던 차입규모를 조절하고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전무가 부임하기 전인 2021년 말 2440억원이었던 총차입금 규모는 2022년 3097억원, 2023년 1분기 3166억원으로 상승하다 2023년 상반기 3149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순차입 규모도 2021년 2342억원, 2022년 2759억원에서 2023년 상반기 2747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이처럼 이 전무가 차입규모 조절에 나선 데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고점을 지났다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 펄프와 고지, 케미칼 등 원자재 가격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에 들어섰다.
이 전무는 이전 회사에서도 차입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던 시기 자금조달을 담당했다. 금융담당을 맡았던 2014년부터 2018년까지 LG디스플레이의 조달 내역을 보면 총차입금이 약 4조원에서 8조5000억원 수준으로 2배가량 뛰었다. 이 전무는 이 기간 차입평균이자율을 3.7%에서 2.8%로 낮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