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약 반년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다. 2월 발행 당시보다 모집액이 줄었음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주관사단을 꾸렸다. 앞선 발행에서 동일 등급의 타 이슈어와 비교해 아쉬운 프라이싱 결과를 받아든 만큼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에 대한 불안정한 투심도 주관사를 늘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와 사고 위험 등으로 건설채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든 영향이다. 업계 최상위 지위를 보유한 현대건설의 이번 발행이 투심의 가늠자로 여겨지고 있다.
◇미래에셋·NH·KB·신한 이어 '한국·하나'…커버리지 '강화'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오는 28일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모집액은 1000억원이며 증액 한도는 최대 1500억원까지 열어뒀다. 발행 예정일은 9월 5일로 잡았다.
현대건설의 공모채 조달은 올 2월에 이어 약 6개월 만이다. 당시 1500억원을 모집했다. 모집액이 소폭 줄어든 셈인데, 주관사단은 오히려 늘려 6곳을 확정했다. 이번 발행에서 현대건설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6곳을 선임했다.
새롭게 대표주관사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 2곳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2011년 발행 이후 약 12년 만에 프라이싱에 참여한다. 한국투자증권도 2021년 발행을 끝으로 한동안 주관 업무를 맡지 않다 오랜만에 합류했다.
이번 주관사단 규모는 과거 발행과 비교해도 가장 큰 수준이다. 6곳의 주관사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건설은 시장 분위기에 맞춰 주관사단 규모를 유동적으로 구성하는 이슈어다. 안정적인 투심이 예상됐을 당시엔 1~2곳의 소규모 주관사단을 꾸렸으나, 불안정한 시장에선 최대 4곳의 하우스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대형 주관사단을 꾸린 배경을 두고 지난 발행에서 프라이싱 아쉬움을 남겼던 만큼 만반의 준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을 모집했는데 총 3200억원의 수요를 모았다. 만기별로는 2년물(700억원), 3년물(800억원)에 각각 1200억원, 200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당시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몰리며 AA급 이슈어들은 증액 발행 한도를 초과하는 주문을 받았다. 그만큼 현대건설의 프라이싱 결과는 동일 등급 회사채에 비해 아쉬운 수준이었다. 가산금리 밴드로 개별 민평 대비 '-50~+50bp'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10bp, 3년물은 +3bp에서 물량을 채웠다.
◇'AA급' 업계 최상위 지위, 투심 악화 극복할까
업계 최상위 지위를 갖춘 현대건설이 1000억원 모집에 6곳의 대표주관사를 선정한 데는 불안정한 투심을 극복하겠단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에서 일부 건설사들의 크레딧이 하향 조정됐음에도 현대건설은 'AA-, 안정적'의 우량 등급을 지켰다.
신용평가사는 현대건설이 양호한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 업계 상위권의 재무안정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현대건설의 재무지표는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트리거를 상회하는 상황이다.
각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하향 트리거로 △EBITDA/매출액 3 미만 △부채비율 150 이상 △순차입금/EBITDA 3.5 초과 등의 재무안정성 지표를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대자동차그룹의 편입을 마친 후 투자자의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현대건설은 그룹사와의 협업으로 중동 뿐 아니라 동남아, 중남미 등 타 지역으로 해외 진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고 무사히 발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건설채의 경우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한 상황"이라며 "이번 발행에서는 만족할 만한 프라이싱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이번에 발행하는 금액은 차환을 비롯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2020년에 발행했던 2000억원의 공모채 차환을 앞두고 있다. 부족한 금액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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