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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억 美 클리아랩 인수 랩지노믹스, 기대 반 우려 반

큐디엑스(QDx) 지분 100% 768억에 인수…"두 번째 랩 인수 착수"

차지현 기자  2023-07-27 17:03:16
유전체 분자진단 기업 랩지노믹스가 미국 100위권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클리아랩)을 인수한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각에선 클리아랩 인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100위권 클리아랩 768억에 인수

랩지노믹스는 27일 미국 클리아랩 큐디엑스(QDx)를 768억4200만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2507억원)의 약 3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국내 진단 기업의 클리아랩 인수 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미국법인 랩지노믹스USA를 통해 큐디엑스 지분 100%를 취득한다. 취득 예정일은 미국 시간으로 내달 24일이다.

큐디엑스는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클리아랩으로, 미국 100위권에 드는 업체로 꼽힌다. 독립적인 해부학, 분자 및 임상 병리 실험실을 갖췄다. 매출은 2020년 501억원, 2021년 778억원, 지난해 665억원으로 매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14억원이었다.

앞서 지난해 8월 사모투자펀드운용사 루하프라이빗에쿼티(이하 루하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뒤 지속해서 클리아랩 인수를 타진해 왔다. 당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7곳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일 년 가까이 지연됐다. 이번이 첫 클리아랩 인수 사례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다수 클리아 랩에 대한 인수를 검토했고 첫 번째 인수 대상 랩을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두 번째 랩 인수도 바로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실험실표준인증(클리아)는 임상을 수행하는 실험실에 대해 정확도나 신뢰도 등을 검증하는 제도다. 이를 획득한 시설이 클리아랩이다. 의료기관이나 병원이 진단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클리아랩에 권한 및 책임을 위임했다. FDA가 모든 시험을 검수할 수 없어서다.

클리아랩은 FDA 인허가 없이 미국 시장에서 진단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클리아랩 인수로 미국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엔젠바이오, 싸이토젠 등 국내 진단 기업이 앞다퉈 클리아랩 인수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미국 진출 교두보 역할 및 실적 개선 기대

랩지노믹스는 큐디엑스를 발판 삼아 미국 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협업 중인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기술력이 우수한 국내 진단 기업 제품을 클리아랩을 통해 공급, 한국과 미국의 진단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포부다.

또 클리아랩 인수가 곧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지분 100%를 인수한 만큼, 큐디엑스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돼 빠르게 의미 있는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기간 진단기기를 공급하며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연결 기준 2019년 332억원이었던 매출이 2021년 2025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1448억원으로, 전년보다 28%가량 감소했다.


특히 주요 경영진이 연이어 자사주를 매입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0일 주요 임원진이 총 12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이날 이종훈 대표이사도 2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대표는 "랩지노믹스의 기술을 큐디엑스에 이식할 경우 기존 서비스 중인 진단 테스트의 원가를 약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면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등 진단 테스트를 추가하면 큰 폭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오는 2027년 코로나19 매출을 제외한 큐디엑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규모가 5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도 했다.

◇미국 내 클리아랩만 30만개, "지나친 기대 경계" 지적도

다만 일각에선 클리아랩 인수와 관련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 있는 클리아랩만 30만개에 달하는 데다 기존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엑세스바이오 역시 루하PE가 클리아랩 인수를 위한 투자자를 모집할 때 고민 끝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클리아랩 인수가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코로나19 수혜를 본 뒤 실적이 쪼그라든 진단 업체들이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클리아랩이나 다른 진단 업체 인수합병(M&A)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면서도 "이들 기업 중 성장을 위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한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클리아는 인증제도의 일부일 뿐 매출 확대를 무조건 보장하는 건 아니다"라며 "인수한 클리아랩이 어떤 고객망을 구축하고 있는지, 해당 고객망을 통해 어떤 진단기기를 제공할 건지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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