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양극재 100만톤'. 짧고 간단해 보이지만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을 수년간 견뎌야 하며,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핵심 광물 수급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당장은 인내를 거듭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양극재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거듭나기에 꽤 좋은 자격이다. 그런데 이런 담대한 목표를 자신 있게 제시하는 곳, 바로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이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쟁력은 무엇이며 그 바탕엔 누구의 역할이 있을까. 포스코퓨처엠의 현주소를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포스렉→포스코켐텍→포스코케미칼'
창립 52년주년을 맞은 포스코퓨처엠의 대표적인 전신들이다. 포스렉은 내화물, 포스코켐텍은 음극재, 포스코케미칼은 양·음극재 사업을 이끌었다. 나란히 이 기간 사업 확장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각각 세 시기를 지휘한 신승근, 이상영, 민경준 전 사장은 지금도 '명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은 포스코퓨처엠 시대다. 올 초 간판을 새로 고쳐 달더니 상반기에만 70조원어치 수주 계약을 따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더군다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46% 급등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30년 추정 매출 41조4000억원을 목표로 양·음극재 생산능력(CAPA)을 각각 최대 100만톤(t), 37만t으로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국면은 김준형 사장(사진)이 여는 중이다. 김 사장은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제철소 전기강판공장장부터 포스코 기술투자본부 신사업실장 등을 맡아 왔다. 그리고 2018년과 2021년엔 양극재 전문기업 포스코ESM 대표와 니켈 수급 계열사 SNNC 대표를 역임했다. 정통 '포스코맨'이 그룹의 외연 확장도 이끈 모습이다.
실제 김 사장이 올해 초 포스코퓨처엠 지휘봉을 잡은 후 여러 차례 놀라운 소식들이 전해 졌다. 앞서 언급했던 70조원 수주 속에는 올 1월 삼성SDI와 체결한 4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계약이 포함된다. 삼성SDI라는 고객도, NCA 양극재라는 제품도 모두 김 사장 부임 후 처음 등장한 단어다.
그동안 포스코퓨처엠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계약, NCM(니켈·코발트·망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생산에만 주력해 왔다.
올 3월 인터배터리 행사에서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개발 소식을 그가 직접 알렸다. 지난달엔 한 행사에서 LFP 양극재가 자체 개발 및 협력사와 협업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망간리치(하이망간) 양극재 개발 및 생산 예정 소식도 알려졌는데 이는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사업 밸류데이' 행사에서 나왔다.
대도약의 갈림길에서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포스코퓨처엠은 LG화학이나 에코프로비엠에 비해 사업 시작이 늦었다. 양극재 분야는 기술 집약도가 상당히 높아 사업 노하우를 얻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이에 업력이 짧다는 것은 기술력이나 숙련도가 뒤쳐진다는 것으로 비춰져 왔다.
올해야말로 이러한 꼬리표를 뗄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로 보인다. 이차전지 소재로의 재편이라는 그룹사 내부 의지와 함께 광물 수직 계열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포스코퓨처엠의 대도약을 받쳐주는 요인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달 '이차전지 밸류데이'를 열고 "그룹사 연구개발(R&D) 역량을 이차전지 소재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 사장의 시선은 시설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그는 최근 투자 속도를 고려한 '수주 완급조절론'을 꺼냈다. 70조원에 달하는 일감을 미리 확보한 만큼 이제는 시장 선점을 위한 자금 확보 및 분배에 더 집중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제너럴모터스(GM)와의 북미 합작사 얼티엄캠 2단계 투자(양극재 증설 및 전구체 공장 신설) 등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시설투자를 집행 중이다.
양극재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의 합병 이후 회사의 기틀을 성공적으로 마련한 인물이 민경준 전 사장이라면 김준형 현 사장은 그 기틀을 이어받아 포스코퓨처엠의 본격적인 도약을 이끌게 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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