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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의 파이낸셜 스토리

포스트 세노바메이트 키워드 '확장'…탄탄한 자금력 기반 비유기적 성장

차지현 기자  2023-07-19 07:45:18
올 초 새 수장으로 맞이한 SK바이오팜이 달라졌다. 출범 이후 첫 인수합병(M&A)를 단행한 데 이어 구체적인 중장기 성장 전략도 제시했다. SK그룹 차원에서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K신약' 역사 쓴 SK바이오팜, 추가 성장동력 고민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앞세워 성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요구한 파이낸셜 스토리가 잘 녹아든 제품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경영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투자자를 설득할 회사 고유의 무기인 셈이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품목허가 획득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탄생시킨 글로벌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업화 측면에선 미국 시장에 직접판매(직판)를 통해 출시한 첫 국산 신약이기도 하다. SK바이오팜은 출시 전 100%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를 현지에 설립, 자체 영업망을 구축했다.

여기에 국내 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1호 블록버스터 의약품 타이틀도 노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1분기 미국 매출은 539억원으로 전년보다 70%가량 늘었다. 5월 기준 월간 처방수는 2만건을 돌파했다. 내년엔 월간 처방수 3만건을 달성해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게 SK바이오팜의 설명이다.

다만 고민은 있다.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이 뚜렷하지 않다. 현재 보유한 파이프라인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건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카리스바메이트'인데, 2025년 출시가 목표다. 대부분 파이프라인이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합성의약품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새 파이낸셜 스토리 발표, 핵심 키워드 '확장'

이런 상황에서 SK바이오팜이 최근 새롭게 수립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세노바메이트로 확보한 현금을 새로운 플랫폼 도입에 투자해 제2의 혁신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게 골자다.

핵심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세부적으로 △자산(Asset)에서 플랫폼(기술) 기반으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중추신경계질환(CNS)에서 항암 적응증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시선을 향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 전략도 내놨다. 기존 역량과 시너지를 낼 새로운 제품과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이다. 먼저 미국 직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상업화 제품을 인수할 계획이다. 2~3년 내 상업화 가능한 CNS 파이프라인이 유력 후보군이다.

또 표적단백질분해(TPD)·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세포유전자치료제(CGT) 세 가지 모달리티를 신성장동력으로 채택했다. 최근 미국 프로테오반트 인수를 결정한 것도 역시 TPD 기술 확보 차원에서였다. 프로테오반트는 TPD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궁극적으로 2026년 150억달러 기업가치를 지닌 빅 바이오텍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SK바이오팜은 빅 바이오텍을 "높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활발한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지속해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수장 교체, 파이낸셜 스토리 무게추 R&D→투자

이번 파이낸셜 스토리의 중심엔 이동훈 대표이사(사진)가 있다. SK바이오팜은 1월 조정우 전 대표 체제에서 이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조 전 대표는 세노바메이트 개발과 허가·출시를 이끈 연구개발(R&D) 전문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금호석유화학 금호생명과학연구소 등을 거쳐 SK그룹 디스커버리랩장, 신약개발사업부장 등을 맡았다.

반면 이 대표는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삼정KPMG 투자자문 전무이사,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 동아에스티 글로벌사업담당 부사장 등 역임 후 2019년 SK그룹에 합류했다. 2020년엔 SK 바이오투자센터장 부사장을 맡아 다수 바이오 투자를 성사시켰다. SK팜테코의 프랑스 이포스케시 인수와 미국 CBM 지분 투자 등도 그가 진두지휘했다.

이전까지 파이낸셜 스토리 무게추가 세노바메이트 인허가와 시장 안착에 쏠려 있었다면, 이 대표 취임을 기점으로 포스트 세노바메이트 시대를 위한 투자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대규모 M&A 등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SK바이오팜이 18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비유기적 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좋지 않은 바이오 시장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바이오텍에겐 위기지만 제품을 보유한 우리 입장에선 기회"라며 "최대 2년이 원하는 기업을 저렴하게 살 최대 기회인 만큼 이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특히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황금기를 5년 후로 봤다. 신약 개발을 하는 바이오 업종 특성상 장기적 관점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가 5~7년 전 눈여겨 보기 시작했던 항체약물결합체(ADC) 기술이 이제야 무르익어 제품화하고 있다"면서 "최근 ADC 보유 기업이 50조원에 팔리는 것과 같이 5년 후 50조원에 팔릴 기술을 찾는 게 우리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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