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사이즈 PEF 열전
홀로서기 에이치PE, '누적 AUM 1조' 이정표 세웠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서 독립 2년차, 핵심운용역 3인 팀워크 '탄탄'
김지효 기자 2023-07-05 14:41:18
편집자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이 성숙해가면서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미들급 하우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미들급 하우스들은 저마다 분명한 색채를 지니고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점이 눈에 띈다. 더벨은 국내 미들급 PEF 운용사의 특징, 주요 인력, 운용 전략 등을 살펴본다.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이하 에이치PE)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사모투자(PE) 부문이 분할해 새 출발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올해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2년차지만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시절에 투자한 기업들을 이관 받으면서 누적 운용자산(AUM)은 1조1080억원에 달한다.
에이치PE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때부터 함께한 핵심운용역들의 맨파워와 팀워크를 근간으로 활발한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첫 블라인드펀드 조성도 순항 중으로 올해 말 최대 3000억원 규모로 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메디치 시절부터 쌓은 투자·회수 실적, 누적 AUM 1조1080억원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반도체·LCD 업체인 에스앤에스텍의 창업투자회사로 설립됐다. 2012년 한수재·배진환 대표가 인수한 뒤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면서 2021년까지 총 13개 PEF와 11개 벤처캐피탈(VC)조합을 운용하는 중견 창업투자회사로 성장했다. 2021년 각 사업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PE부문과 벤처캐피탈(VC) 부문의 인적분할을 단행했고 에이치PE는 독립된 PE 운용사로 새출발했다.
에이치PE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시절인 2012년 첫 결성한 ‘폴라리스오션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를 시작으로 총 14개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모두 13곳의 기업에 투자했다. 약정총액 기준으로 누적 AUM은 약 1조1080억원에 이른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시절부터 투자금 회수(엑시트) 실적도 성공적으로 쌓아왔다. 대표적인 엑시트 실적은 폴라리스쉬핑과 아이티엠반도체다.
에이치PE의 한수재 대표이사는 폴라리스쉬핑에 모두 3차례에 걸쳐 4510억원을 투자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철광석 등을 운반하는 드라이벌크 선사다. 투자금을 활용해 브라질 발레(VALE) 등 글로벌 화주 대상 장기운용계약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 인수자금과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폴라리스쉬핑은 초대형 광탄석 운반선(VLOC)시장 국내 1위, 글로벌 4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후 2022년 6월 보유한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투자원금 대비 머니멀티플 약 1.7배를 기록했다.
아이티엠반도체를 통해서는 투자원금 대비 머니멀티플 2.7배에 이르는 ‘잭팟’ 회수성과를 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2차 전지 보호회로 제조사로 나이스그룹 계열사다.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6년 12월 메디치인베스먼트가 투자할 당시 부실 사업부와 자회사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 기업공개(IPO) 지연에 따른 초기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요구 등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치PE는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기존 주주 지분 인수와 함께 신주 인수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투자 이후 구조조정, 해외공장 설비투자(CAPEX) 확대, IPO 지원 등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투자한 지 3년 만에 아이티엠반도체는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고 투자금 회수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탄탄한 회수 실적은 에이치PE가 독립 직후 곧바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에이치PE는 지난해 4월 NHN두레이의 지분 약 20%를 200억원에 취득했다. NHN두레이는 NHN에서 협업 솔루션 NHN두레이 서비스가 분할해 설립된 기업이다. 에이치PE는 독립 후에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며 하우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6월 말 현재 에이치PE가 운용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는 모두 8개로 약정총액은 약 5630억원이다. 포트폴리오로 롯데글로벌로지스, 한글과컴퓨터, 마스턴투자운용, NHN두레이 등을 들고 있다.
◇’12년 동고동락’ 탄탄한 팀워크 기반 ‘토탈 솔루션 공급자’ 지향
에이치PE의 이 같은 성과는 강력한 맨파워와 탄탄한 팀워크가 밑바탕이 됐다. 현재 에이치PE는 모두 7명의 운용인력을 비롯해 관리인력 2명, 감사 1명 등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한수재 대표이사와 조성권 부대표, 김도윤 상무 등 3명의 핵심운용인력은 12년동안 동고동락한 사이다. KTB투자증권 PE투자본부 시절, 한 대표가 팀장을 맡았을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핵심운용역 3명의 다양한 투자경험도 강점이다. 한 대표는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KTB투자증권 PE투자본부 팀장으로 PEF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총 66곳의 기업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조 부대표는 82곳의 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으며 투자금액은 1조원에 이른다. 김 상무는 모두 27곳의 기업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에이치PE는 이처럼 핵심운용역들이 보유한 다양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을 위한 토탈 솔루션 공급자’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기업의 모든 성장단계에 걸친 투자경험을 기반으로 최적의 밸류업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이치PE는 올해 말에 3000억원 규모의 첫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그로쓰 캐피탈 투자가 주요 목적이다. 현재 펀드레이징이 한창으로 이르면 이달 말 20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을 단행할 예정이다.
에이치PE는 지난해 7월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섰다. 자금시장에 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였지만 에이치PE는 1년 만에 약 2000억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주요 기관출자자(LP)들의 콘테스트 없이도 이뤄낸 성과다. 에이치PE는 하반기 막을 올리는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에 적극 참여해 연말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