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ICT 전문 투자형 중간지주회사 SK스퀘어가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진행 중이다. 기존 투자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실었다. 자본시장을 활용한 재무전략의 고수인 SK의 투자지주사답게 엑시트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발휘했다. SK스퀘어의 엑시트 전략과 투자성과 등을 점검한다.
SK스퀘어 산하에 티맵모빌리티는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그랩' 투자지분을 최근 정리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금 확보다. 다만 이면에는 수펙스 차원에서 동남아 시장 엑시트(투자금 회수) 흐름이 진행되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동남아 시장의 경우 투자성과가 생각보다 빨리 나오지 않는데다 그룹의 자금흐름이 안 좋아지면서 디레버리지(De-leverage)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그랩의 주가가 폭락해 손익분기점을 잡기가 어려운 만큼 선제적으로 철수, 재무적 투자성과를 가져가려는 목적이다.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 침체…티맵, 선제적 엑시트 결정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3일 관계기업 투자주식인 '그랩 지오 홀딩스(GRAB GEO HOLDINGS)' 지분 전량을 그랩 홀딩스(Grab Holdings Ltd.)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주식은 이달 내 처분된다. SK스퀘어와 그랩 홀딩스의 합작법인 그랩 지오 홀딩스는 이달 중 청산됐다.
그랩은 싱가포르 등을 기반으로 차량공유 및 배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8개국에서 사업 중이며 특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젝과 함께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그랩에 뛰어든 국내 투자자도 제법 있다. 현대차그룹(3110억원)과 네이버-미래에셋 펀드(167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2230억원), KB인베스트먼트(300억원) 등 1조원 가량이 그랩에 투입됐다. 네이버-미래에셋은 2021년에 투자를 회수한 상태다.
SK스퀘어는 2019년 그랩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110억원을 투자했다. SK그룹 전체가 그랩에 투자한 규모는 257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SK스퀘어의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한 지분이 이번에 매각된다. 티맵모빌리티가 SK그룹 내에서 엑시트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지난해 4월 16달러(약 2만원)에 이르던 그랩의 주가가 현재는 3달러(약 4000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투자성과 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랩이 직원 11%(약 1000명)를 해고한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시장 침체를 겪고 있어 SK는 재빠르게 선제적 철수를 결정했다.
◇그랩 매각예정가치 305억, 차익 190억 예상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티맵모빌리티의 그랩 지분 정리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수펙스 차원에서 진행되는 동남아 디레버리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남아 투자성과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는데다 자금흐름이 안 좋아지면서 엑시트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구나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향후 성장 동력인 SK온 등이 조 단위 적자를 내면서 그룹 자체의 유동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와 더불어 11번가 등도 처분 대상에 올려놓고 있는데다 IB업계에선 티맵모빌리티마저 매각설이 돌고 있는 판이라 엑시트에 먼저 나서야 했다.
티맵모빌리티의 현금보유량은 작년 말 3800억원으로 곳간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상장(IPO) 시점을 2025년으로 계획하고 있는데다 흑자전환 시기도 그쯤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MaaS(Mobility as a Service) 실현을 위한 투자, 우버와의 합작법인 '우티'의 대규모 적자 등을 감안하면 풍족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SK스퀘어의 그랩 투자는 재무적으로는 성과가 있었다. 1분기 말 기준 그랩 지오 홀딩스 지분의 매각예정가치는 305억원으로 대략 190억원 가량의 차익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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