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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현대산업개발에서 뻗어나간 HDC그룹 계열 구도

②1999년 계열 분리 뒤 건설 단일사업에서 유화·유통·악기로 확장

김형락 기자  2023-06-20 17:41: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HDC그룹은 종합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인적분할 전)을 기반으로 종합 부동산·인프라그룹으로 성장했다. 현대가 2세 승계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을 물려받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2018년 지주사 전환은 정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다지는 계기였다.

HDC그룹의 사업 구조는 지주사 출범 전인 현대산업개발 시절에 갖춰졌다.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단일 기업집단으로 걸음마를 뗐다. 그해 9월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였던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이 보유 지분을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정몽규 회장에게 넘겼다. 계열 분리 직후 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 단일 사업 부문을 영위했다.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3조3617억원이었다.

정세영, 몽규 부자는 본래 현대자동차 경영에 매진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1967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현대자동차를 설립하고, 사장에 취임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1987년부터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 회장을 겸직하다 1999년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장조카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게 넘기고 현대산업개발 경영에 전념했다. 정몽규 회장도 현대자동차(1996~1998년 회장)에서 현대산업개발(1999년 4월 대표이사 회장 취임)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현대산업개발은 민간 건축·자체 분양이 주력 사업이었다. 1986년 11월 한국도시개발과 한라건설이 합병해 탄생한 현대그룹 계열사였다. 한국도시개발은 현대건설이 1976년 3월 아파트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한라건설은 1977년 현대양행(현 두산에너빌리티) 계열사로 출발해 1979년 현대그룹에 편입됐다.

정몽규 회장은 계열 분리 뒤 건설 위주인 사업 구조를 손봤다. 2020년 1월 현대산업개발에서 유화사업 부문을 분리해 현대엔지니어링플라스틱(현 HDC현대EP, 자동차 내외장재 플라스틱)을 설립했다. 자회사로 충남 당진에 위치한 공장(207억원)을 현물출자하고, 나머지 유화사업 관련 자산(139억원)과 부채(40억원)를 양도했다. 1988년 현대산업개발 유화사업부로 시작한 사업 부문이었다.

유통 부문 확장 토대도 마련했다.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용산역개발(현 HDC아이파크몰)에 35억원을 출자해 지분 43.75%를 확보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용산 민자역사 시공사였다. HDC아이파크몰은 2004년 용산 민자역사 완공 이후 백화점·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건설 부문 역량도 제고했다.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12월 빌딩 종합 관리 서비스 업체 퍼실리티매니지먼트코리아(2000년 아이서비스로 상호 변경) 지분 76.49%(91억원)를 인수했다. 1999년 9월에는 아이콘트롤스(공동 주택 정보통신(IT) 솔루션)를, 2000년 2월에는 아이앤콘스(고급 빌라 건설 등) 설립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앤콘스의 일부 공사를 시공하고, 아이서비스는 현대산업개발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영업 관계를 형성했다.

추가로 건설 부문 사업다각화도 진행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1년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IPARK)'를 론칭해 주택 건설 사업에 주력했다. 점차 토목사업 비중 늘리며, 여유 자금을 토대로 민자 유치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7년 7월 HDC민간임대주택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일산)가 영업 인가를 받으며 리츠가 현대산업개발 계열사로 들어왔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춘천고속도로 등 11개 SOC 법인(2017년 말 장부가액 2296억원)도 거느렸다.

2006년 인수·합병(M&A)로 악기 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해 5월 현대산업개발은 영창악기제조(HDC영창) 지분 57.33%(277억원)를 인수했다. HDC영창은 피아노를 비롯해 전자악기, 관현악기, 음향기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부터 건설 부문과 그 외 사업 부문을 실적을 분류해 보고했다. 각 부문은 △건설 △유화 △악기 △유통 △기타로 구분했다. 2018년 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 HDC(투자사업 부문 등)와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건설·프리캐스트 콘크리트·호텔·콘도사업 부문)로 인적분할한 뒤에도 지주사 연결 사업 부문은 현대산업개발 때와 같았다. 지난해 HDC 연결 기준 매출 비중은 △건설 68%(3조7215억원) △유화 19%(1조575억원) △기타 10%(5548억원) △유통 2%(884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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