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 4년 만에 연결 기준(이하 동일) 매출 5조원선을 회복했다. 지주사인 HDC가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재편을 거쳐 지금의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건설 부문 계열사 지분 확충과 합병도 일조했다.
HDC는 지난해 전사 매출이 5조449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9월 지주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겼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HDC)와 사업회사(HDC현대산업개발)로 나뉘기 전인 2017년에 올린 매출(5조3587억원)보다는 6% 적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조4898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은 분할 전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 줄어든 1585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3%다. 2017년 현대산업개발은 영업이익 6461억원,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했다.
◇ 지주 출범 직후 연결 실적에서 빠진 HDC현대산업개발 HDC그룹 매출과 수익성은 건설 부문(주택·토목·건축 등)이 좌우한다. 지난해 HDC 전사 매출 중 건설 부문 비중은 68%(3조7215억원)였다. 전사 영업이익(1585억원)도 절반 이상인 67%가 건설 부문(1067억원)에서 발생했다.
종합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HDC그룹을 떠받치는 대들보다. HDC가 지분 41.5%를 보유한 건설 부문 핵심 종속기업이다. 지난 1분기 말 HDC현대산업개발 자산총계는 6조9045억원이다. HDC그룹 건설 부문 자산(7조1510억원) 대부분을 차지한다. HDC 전사 자산총계는 11조1707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외에 △부동산 개발 사업(디벨로퍼)을 영위하는 HDC아이앤콘스(지분 95.2%) △공간 지능형사물인터넷(AIoT) 플랫폼 기업 HDC랩스(지분 39%)가 건설 부문에 속한 종속기업이다.
HDC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직후 HDC현대산업개발은 HDC 연결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8년 5월 현대산업개발(자산총계 6조9428억원)이 HDC(투자·부동산 임대 사업, 자산총계 2조5981억원)와 HDC현대산업개발(건설·프리캐스트 콘크리트·호텔·콘도 사업, 자산총계 4조5494억원)로 인적분할해 기존 자사주 외에는 지분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분할 직후 HDC가 보유한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은 7.03%였다.
HDC는 곧바로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확대 수순에 돌입했다. 2018년 8~9월 HDC현대산업개발 주주를 대상으로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현물출자받고 HDC 신주를 발행하는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공개매수 응모주식은 예정 물량에 13% 미달한 1140만5239주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전량(587만130주)을 청약해 HDC 주식 1456만3502(지분을 24.38%)로 바꿨다. 공개매수 이후 HDC가 보유한 HDC현대산업 지분은 32.99%까지 상승했다.
공개매수로 지분을 늘리고도 HDC는 HDC현대산업개발을 관계기업(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으로 분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른 자회사였지만, 국제 회계 기준(IFRS)에 따른 연결 대상 종속기업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HDC 전사 매출(1조5478억원) 중 건설 부문 비중은 14%(2421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HDC아이앤콘스만 건설 부문 종속기업에 들어가 있었다.
◇ 시행·시공·공간 AIoT 플랫폼 중심으로 건설 부문 사업 재편 HDC현대산업개발이 HDC 종속기업으로 들어온 건 2020년이다. HDC가 총 1863억원을 써서 그해 말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을 40.01%까지 올렸다. 먼저 HDC가 관계기업 HDC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하던 HDC현대산업개발 주식 148만6868주(323억원)를 인수했다. 3월에는 HDC가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935만3735주(1399억원)를 취득했다. 추가로 기타 소액주주로부터 장내 거래로 HDC현대산업개발 주식 102만7960주(141억원)를 취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HDC 연결 실적에 잡히면서 손익 구조가 달라졌다. 2020년 HDC의 건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조6630억원 증가한 2조9768억원을 기록했다. 그해 전사 매출은 2조3352억원 증가한 3조951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배 커진 544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계열사 간 합병으로 HDC랩스가 건설 부문 종속기업으로 편입됐다. 그해 12월 HDC아이콘트롤스(정보기술(IT) 시공)가 HDC아이서비스(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흡수합병해 HDC랩스(자산총계 3930억원)가 탄생했다. 합병 후 HDC가 보유한 HDC랩스 지분은 39.05%(자기주식 제외 유효 지분 42.34%)였다. HDC랩스 주주총회에서 HDC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해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HDC랩스는 지난해부터 HDC 전사 실적에 온기로 반영했다.
HDC그룹은 건설 부문 외에 유화·유통 부문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각각 유화 부문 19%(1조575억원), 유통 부문 2%(884억원)다. 유화 부문 주요 종속기업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기업 HDC현대EP(지분 48.3%)다. 유통 부문에는 백화점·임대 사업을 영위하는 HDC아이파크몰(지분 87.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