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분야 세계 최강을 넘어 대형 OLED 시장에도 삼성만의 입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2차전지와 함께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돼 국가적으로도 중요도가 높을뿐더러 삼성 그룹 내에서도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와 함께 중요한 계열사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끄는 인물들과 그들이 짊어진 과제들을 조명해 본다.
삼성디스플레이에는 '디스플레이 개척자' 반열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다. 김성철 사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김 사장은 2021년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The Karl Ferdinand Braun Prize)'수상자다.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상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TV 브라운관을 발명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브라운 박사를 기념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분야에 공을 세운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김 사장은 플렉시블(휘어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 터치 내장형 OLED를 통한 패널의 슬림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 초격차를 무기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 만큼, CTO라는 자리는 삼성을 이끄는 핵심 인력 중 하나로 무게감이 클 수밖에 없다.
◇OLED 상업화 개척, 글로벌 디스플레이 역사에 한획
김 사장은 2000년 삼성SDI로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삼성SDI가 디스플레이 사업을 하고 있었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로부터 물적분할해 떨어져 나온 건 2012년이다.
김 사장은 삼성SDI에서 OLED 개발에 주력했다. 30년간 TV 브라운관을 양산하던 삼성SDI는 2000년부터 OLED 프로젝트에 착수했는데, 그때 김 사장은 프로젝트 개발팀에 몸담게 됐다. 당시만 해도 액정표시장치(LCD)가 대세였고 OLED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상업화되지 않은 상태라 불확실성이 컸다. 그룹 내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많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2007년 OLED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고, 김 사장은 여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디스플레이위크 2019'에서 최고 영예인 펠로우(석학회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사장을 비롯한 개발팀이 세계 첫 신기술을 개발해 상업화한 덕에 오늘날 한국이 OLED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전 세계 OLED 역사에 기록될 만한 흔적을 남긴 셈이다.
이후 김 사장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OLED 개발실장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OLED 개발실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모바일용 OLED시장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리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후 2015년 연구소장(부사장)을 거쳐 2018년 OLED 사업부장, 2019년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지냈다. 2021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올해부터는 CTO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중소형 사업부장→기술총괄책임자
김 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서 모바일용 OLED 개발과 양산을 책임졌다. 그는 중소형 OLED 부문에서 꾸준히 차세대 기술을 개발, 삼성의 OLED사업을 성장시킨 OLED 전문가로 내부에서 손꼽힌다. 대표적으로 모회사이자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의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CTO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CTO는 내부 '디스플레이연구소'와 '생산기술연구소'를 총괄하며 전체적인 기술 전략 수립,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디스플레이 연구소가 차세대 기술 로드맵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조직이라면, 생산기술연구소는 생산설비 개발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연구조직이다. 제조업에서 중요한 공급망관리(SCM)구축·관리도 생산기술연구소의 핵심 업무다.
김 사장은 이사회 사내이사로도 활동하며 경영 활동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CTO 자리를 신설해 김 사장에게 초대 CTO를 맡겼다. CTO를 정점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초일류 기업 삼성을 지탱하는 근간이 '초격차 기술'에 있는 만큼 20여년 디스플레이 외길을 걸어온 CTO는 곧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적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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