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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케이카, 고금리 악재 잠재운 ‘운영의 묘’

실속형으로 재고 전환, 회전율 상승…매출·수익·유동성 세 마리 토끼

이경주 기자  2023-05-10 08:15:1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는 중고차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고차는 소비자들 네 명 중에 한 명은 대출을 받아 할부로 구매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중고차 대출금리가 법정최고금리(20%) 수준으로 치솟자 수요가 그 만큼 사라졌다.

하지만 중고차 1위 케이카에겐 일시적 악재였다. 충격은 지난해 4분기에 그쳤고 올 1분기 곧바로 반등했다. 비결은 ‘재고’ 관리에 있었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중고차 구성을 다품종에서 실속형으로 재빨리 전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랬더니 매출 회복은 물론, 수익성이 오히려 평시보다 좋아졌다.

무엇보다 조달금리가 높아진 시기 대량의 유동성(현금)까지 확보해 낸 것이 큰 성과다. 위기가 체질개선을 이끌어 냈다.

◇포트폴리오 ‘실속형’으로 급전환…재고 700억 감축 효과

케이카는 올해 1분기 매출 5176억원에 영업이익 1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4562억원)은 13.5%, 영업이익(95억원)은 38%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올 1분기 2.6%로 전 분기(2.1%)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4분기 업계 전반에 닥친 위기를 3개월 만에 털어냈다. 올 1분기 매출(5176억원)은 평시였던 지난해 1분기(5575억원)에 비해선 7.1% 낮은 수준이다. 거의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2.6%)은 전년 동기(2.3%)보다 오히려 0.3%포인트 높아졌다.



고금리 여파는 올 초 정점을 찍고 점차 나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중고차 할부금융상품 금리는 현대캐피탈(NICE 신용등급 801∼900점, 기간 60개월 ) 기준 지난해 3월 8.05%에서 같은 해 12월 14.8%로 급등했다. 그리고 올 3월 기준으론 12.68%로 여전히 높다.

케이카 실적 반등이 고무적인 이유다. 고금리는 업계 1위 케이카에겐 실적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부담이었다. 차입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차입금(리스부채 제외)이 1870억원 규모다. 단기차입금이 322억원 장기차입금이 1237억원, 전환사채가 310억원 어치 있다.

케이카는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함께 잡을 묘수가 '재고'에 있다고 봤다. 케이카는 1위 답게 평시엔 고품질의 차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약 1만대 가량을 상시 갖추는데 주력했다. 금액으로는 지난해 말 재고자산이 2037억원, 2021년 말엔 2191억원 수준이었다. 그만큼 판매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14만2759만대에 이른다.

하지만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자 재고 포트폴리오를 ‘고품질 다품종’에서 ‘실속형’으로 전환했다. 불황속에 팔릴 만한 차들만 선별해 재고를 재구성했다. 운전자본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함께 있는 전략이었다. 선별적 매입 덕에 재고자산은 올 1분기말 기준(1309억원)으로 전년 말(2037억원) 대비 7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비용 절감에 현금 확보까지…단기차입은 상환 예정

실속형 재고구성은 시장 수요에 적중하면서 매출 회복을 이끌었다. 재고 감축은 수익성에도 긍정적이다. 재고를 많이 갖추면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다. 중고차는 차량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고 유지보수에 돈이 든다. 감가상각으로 인한 손해도 있다.

수익성 개선까지 동반한 것은 재고자산회전율이 높아진 덕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판매원가(매출원가)를 기초와 기말재고 평균값으로 나눈 수치다. 2022년 매출원가(1조9792억원)를 재고자산 평균값(2114억원)으로 나누면 회전율은 9.36이 된다. 재고자산회전일수는 39일(365일/9.36)이다. 재고가 매출로 바뀌는데 평균 39일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올 1분기는 매출원가(4653억원)를 재고자산 평균값(1673억/4)으로 나눈 회전율은 11.12로 높아졌다. 회전일수는 32.8일(365/11.12)로 높아졌다. 재고가 매출로 바뀌는 시간이 일주일 가량 앞당겨졌다. 그만큼 비용이 절감된다.


무엇보다 재고 감축은 곳간을 풍성케 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운전자본부담을 줄인 것으로, 쉽게 말해 여유현금을 만든 것으로 보면된다. 회계적으로 영업이익(손익계산서 항목)은 실제 회사로 유입된 현금이 아니다. 실제 현금유입을 보려면 영업활동현금흐름(현금흐름표 항목)을 봐야 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이자와 법인세, 운전자본투자를 제한 수치다. 운전자본투자액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매입채무 등으로 구성된다. 운전자본(재고자산)이 EBITDA를 상회할 정도로 크게 늘면 영업이익은 흑자라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실제론 돈을 쓰면서 영업을 한 것으로 조달 등을 통해 부족자금을 메워야 한다.

반대로 케이카는 운전자본을 줄이면서 상당한 현금을 확보했다.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942억원이다. 전년 말 138억원에 비해 803억원 늘었다. 고금리 시기 가장 효율적인 재무전략을 택했고 또 성공했다. 다가올 차입 만기를 차환이 아닌 상환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미 올 1분기 말 기준 차입금(1819억원)이 전년 말 대비 51억원 가량 줄었다. 이자비용이 늘어날 리스크를 없앴다.

결과적으로 '재고'에 방점을 둔 전략이 매출과 수익성, 유동성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관리라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해 노력한 결과”라며 “오랜 업력으로 쌓은 노하우로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고, 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 결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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