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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000억원대의 케이카는 국내 최대 중고차 직영 플랫폼 기업이다. 2023년 고금리 환경이 빚은 '중고차 한파'로 고난이 예상됐지만 케이카는 2021년 상장 당시보다 개선된 실적을 선보이며 수익 모델의 안정성을 다시금 증명했다.
케이카는 2024년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면서 이사회 활동의 공유 범위를 확대했다. 그 덕택에 이사회 평가지표 전반에 걸쳐 고른 점수를 획득했다. 만일 재무 안정성까지 끌어올린다면 케이카의 위상에도 고무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55점 중 147점 획득…지배구조 투명화 '시동'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케이카는 255점 만점에 147점을 획득했다.
6개 지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구성과 경영성과를 제외한 4개 지표에서는 평점 3점대를 확보했다. 다만 경영성과 지표 가운데에서도 영업 실적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월등한 성과를 내며 분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덕택으로 파악된다. 2022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자산 1조원이 넘는 기업들에 한해 공시 의무가 적용됐다. 그러나 2023년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24년부터 자산 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기업도 의무 공시 리스트에 포함된다. 2023년 기준 케이카의 자산 총액은 5541억원이다.
케이카 이사회도 한층 투명해졌다. 6개 지표 가운데 정보접근성이 두 번째로 높은 3.3점을 획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항목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공시 여부와 함께 보고서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지배구조 핵심지표 등을 물어본다. 만약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6개 지표 가운데 최하점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케이카 이사회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평가 지표는 참여도(3.5점)였다. 케이카는 2023년 말 별도 기준 자산 총액이 2조원 미만인 상장사로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케이카는 해당 위원회들을 확충한 데 이어 내부거래위원회까지 두면서 역동적인 활동성을 유지했다.
◇안정적 수익 모델 앞세워 성과지표 '두각'…차입부담은 '과제' 그 외에 견제기능(3.1점)과 평가개선 프로세스(3.1점)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비록 외부 공모나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고 있진 않지만 지배구조보고서 상 부적격 임원의 선임을 방지하는 정책 등은 마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도 개별 평가를 통해 향후 재선임 등에 그 결과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구성(2.4점)과 경영성과(2.5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특히 경영성과의 경우 뚜렷한 실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열위한 재무 건전성 지표들로 인해 낮은 점수를 받아 아쉬움이 컸다. KRX300 소속 비금융사(277곳)의 2023년도 지표별 평균치를 하회하는 경우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이 책정된다.
케이카가 2023년 기록한 매출액은 2조476억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약 6% 감소했다. 다만 매출원가를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영업이익의 증가세를 이룩할 수 있었다. 2023년 케이카의 영업이익성장률은 무려 17.91%로 KRX300 소속 기업들의 평균치가 마이너스(-)임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성과다.
그러나 재무 안정성 지표로 경영성과 점수 전반이 하향 조정됐다. 2023년 기준 케이카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EBITDA값은 각각 135.88%, 1.8%로 평균치를 하회한다. 특히 산업은행에서 1000억원을 차입했는데, 해당 금액에는 부채비율 18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커버넌트(covenant) 조항이 포함돼 있어 회사로서는 재무 안정을 꾀할 필요성을 갖는다.
회사는 2023년 전환사채(CB) 310억원을 전액 상환함에 따라 증가한 차입금 474억원이 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예고된 대규모 투자 지출은 없어 재무 지표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자비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말 지출한 이자비용 114억원은 당시 거둔 순이익(283억원)의 절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