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의 글로벌 진출 청사진이 차츰 윤곽을 그리고 있다. 미국의 종합 증권사 '시버트파이낸셜(Siebert Financial Corp)' 인수 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 최종적인 경영권 인수 전까지 사업적 제휴를 강화하면서 시너지 창출을 도모할 예정이다.
◇1차 거래 마무리…230억 선제적 투자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조만간 시버트파이낸셜 인수를 위한 1차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시버트파이낸셜이 추진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807만5607주(지분 19.9%)를 우선 확보하는 구조다. 양사가 합의한 주당 가치는 2.15달러로, 1차거래를 위해 1736만달러(약 230억원)를 투입한다.
2차거래는 내년에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2576만6470주(31.3%)를 추가 취득한다. 주당 가치는 1차거래보다 높은 2.35달러로 책정됐다. 6055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입하게 된다. 1차거래까지 포함하면 시버트파이낸셜 인수에 총 7791만달러(약 1030억원)를 쏟는 셈이다.
경영권 인수 작업을 두 차례에 나눠 진행하는 이유는 투자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시버트파이낸셜이 미국 금융투자회사인 만큼 온전한 경영권 확보까지는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규제당국의 각종 인허가도 필요하고, 시버트파이낸셜 주주총회 역시 거쳐야 한다.
카카오페이는 2차거래 전까지 인허가 획득 절차를 밟으면서 각종 불확실성 해소에 주력한다. 동시에 지분 일부를 확보한 만큼 사업적 제휴도 강화한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밑그림도 그린다. 설령 2차거래가 불발돼 경영권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전략적 투자 차원에서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신개념 해외주식 거래 솔루션 통해 글로벌 공략
카카오페이의 시버트파이낸셜 활용법은 크게 두 단계다. 일단 2차거래 전까지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미국주식 서비스 강화에 활용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미 시버트파이낸셜과의 제휴를 통해 미국 주식 애프터마켓 서비스, 저렴한 거래 수수료 같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같은 미국주식 거래 편의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경영권 인수 이후에는 양사의 기술력을 융합해 글로벌 진출 신무기를 개발한다. 구체적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의 편리한 플랫폼에 시버트파이낸셜의 미국주식 주문 시스템을 결합한 새로운 해외주식 거래 솔루션을 만든다. 카카오페이는 우호적인 관계인 해외 핀테크 기업 대상으로 해당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개척은 카카오페이의 오랜 염원이다. 카카오페이는 2019년부터 고객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외 결제처를 확대해 왔다. 2019년 7월 처음으로 일본에서 해외 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고, 현재는 마카오, 싱가포르, 중국, 프랑스 등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카카오페이의 해외 기업 M&A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그간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인오가닉 전략이란 적극적인 지분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및 역량을 키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번 시버트파이낸셜 지분 취득도 인오가닉 전략의 일환이다.
신 대표는 전날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시버트파이낸셜 경영권 인수가 중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카카오페이의 사업적, 재무적 효익 관점에서 수익성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