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에프앤씨가 지난해 덕평창고 화재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현금이 유출이 발생하자 재무활동으로 곳간이 줄어드는 것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둔화되고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을 재무활동으로 채운 양상이다.
지난해 크리스에프앤씨의 연결기준 매출은 380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 증가했다. 다만 판관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영업이익은 9.9% 감소한 785억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영업이익률이 2021년 23.2%에서 20.6%로 낮아졌다.
또한 금융원가가 2021년 21억원에서 2022년 144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1.3% 감소한 264억원을 기록했다.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이 점차 정체되어 가는 가운데 금융원가 등 비용지출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약화됐다.
특히 덕평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상품과 제품의 재해손실금 552억원이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재해로 인해 재고자산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고가(高價)의 골프웨어를 취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로는 그 이상의 손실이 생긴 셈이다.
때문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7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5.1% 감소했다. 순이익의 감소율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둔화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금을 수취했지만 영업에서 창출된 수익 감소와 증가한 이자지급이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급격히 둔화시켰다.
이 가운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6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투자활동으로 1232억원을 유출시켰고 지난해 이보다 32.8%를 더 증가시켰다. 주요하게는 브랜드 하이드로겐(Hydrogen S.R.L)과 의류제조사 국동 지분인수에 따른 투자가 진행됐다.
하이드로겐 100% 지분 인수에 203억원, 국동 22.06% 지분 인수에 34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의류제조 원가를 절감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남 역삼동 형지빌딩을 13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 현금곳간을 활용하는 동시에 외부에서도 자금을 조달했다. 때문에 부채비율이 2021년 39.3%에서 2022년 90.3%로 높아졌다. 100% 이하라는 점에서 재무건전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만큼 재무전략에도 변화가 생긴 양상이다.
크리스에프앤씨 측은 지난해 예기치 못한 덕평창고 화재로 손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지만 M&A를 진행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변화를 위한 투자의 시기로 정의했고 올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대규모의 투자와 손실로 인해 현금유출이 발생하자 크리스에프앤씨는 이를 재무활동으로 채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장기차입금이 1312억원 증가하면서 재무활동 현금흐름도 122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1.4%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재무활동으로 유입된 현금보다 투자활동으로 유출된 금액이 더 컸기 때문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1년 말 594억원에서 2022년 말 365억원으로 38.6% 감소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현금곳간이 줄어드는 것을 재무활동으로 방어한 셈이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덕평창고 화재가 아니었다면 매출이 더욱 성장했을 것이고 지난해 영업환경 악화에도 불구 선방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사업구조 등을 개편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외부 자금조달 등의 작업이 진행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