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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지노믹스, 제약사 팔고 바이오시밀러 베팅

2년간 팬젠 M&A 협상, '혁신신약' 개발 이미지 강화 목표

심아란 기자  2022-11-23 14:48:29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다시 한 번 인수합병(M&A)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2013년 의약품제조사 화일약품 M&A 이후 9년 만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팬젠에 240억원을 베팅한다.

화일약품 딜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2년 전 보유 지분 일부를 정리하고 팬젠 인수를 협상해 왔다. 이번 M&A를 통해 바이오 분야로 외연을 넓히면서 혁신신약 개발사 이미지 강화한다는 목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팬젠의 구주와 경영권을 240억원에 인수한다고 22일 밝혔다. 구주 1주당 매입가는 1만1000원으로 공시 당일 팬젠 종가보다 50% 높게 책정됐다. 거래가 완료되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팬젠의 지분 20.43%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번 거래는 2년 전부터 협상이 시작됐다.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설립 후 처음으로 인수했던 화일약품 보유 지분을 정리했던 시점이다. 2013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화일약품에 총 640억원을 출자했으나 양사의 사업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신약 임상개발이 지속되면서 직접적으로 화일약품의 의약품 원료 제조 인프라나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20년 11월에 보유하던 화일약품 지분 절반을 324억원에 매각했다. 매입단가와 매각가를 단순 비교할 경우 약 3%의 수익만 남겼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팬젠의 경영권 인수를 통해 바이오 파이프라인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케미칼 신약 개발에 집중해 온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임상개발이 진척되고 있는 후보물질은 아이발티노스타트(CG-745) 한 가지에 그쳤다. 2015년 9월에 국내에서 품목허가 받은 관절염 진통소염제 아셀렉스를 보유하고 있으나 작년 기준 판매 매출액 24억원으로 영업비용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체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젠에 자금 지원에 나설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팬젠도 상업화에 성공한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팬포틴'을 국내외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이 지속되는 탓에 현금 유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 말 별도기준 팬젠의 보유 현금(유동성금융자산 포함)은 21억원 정도다. 올해 1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 풋옵션에 대응하면서 작년 말 242억원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역시 재무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은 429억원이다.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 보유 현금(유동성 금융자산 포함)은 약 600억원 정도를 기록 중이다. 팬젠의 경영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현금 보유액은 감소할 전망이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회장이 팬젠 경영에 참여할지도 관심거리다. 팬젠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윤재승 각자 대표는 회사에 남고 재무관리를 도맡았던 김영부 각자 대표는 자리를 정리할 예정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팬젠 인수를 통해 바이오 분야까지 혁신신약 개발 역량을 넓히는 만큼 미래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 받길 기대한다"라며 "조중명 회장의 팬젠 경영 참여 여부, 자금 조달 등은 경영권 양수도 거래가 종료된 이후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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