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올해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일본 산요전기와의 합작으로 설립한 삼성전기는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3사 중 하나이자 글로벌 전자부품회사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폰·TV·PC·자동차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진화의 역사가 있었다. 삼성전기가 지나온 50년의 변화상을 데이터로 들여다본다.
삼성전기의 재무데이터가 공개되기 시작한 1993년부터 작년까지 30년간 실적 흐름의 큰 특징은 '굴곡은 있지만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린다는 점이다.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춰 사업 재편과 투자를 단행하며 지속적인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의 데이터에선 고부가가치 제품군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꾸준히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와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려 한 노력도 읽힌다.
◇대표제품 MLCC 성적에 따라 갈린 실적
삼성전기 전체 실적 흐름에서 눈에 띄는 것은 2013년께 매출이 정점을 찍고 2016년까지 하락세를 나타낸 뒤 다시 반등해 2018년까지 우상향하는 형태의 큰 굴곡이 보인단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폭발했던 2021년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냈고 에비타도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3년 8조2566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7조1437억원에서 2015년 6조1753억원, 2016년 6조33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외에 카메라모듈과 통신모듈, 반도체패키지기판도 생산하지만 주력 제품인 MLCC의 매출이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전체 사업부 실적 개선의 키다. 2013년부터 실적 부진이 이어졌던 것은 MLCC 전방산업 수요가 크게 꺾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10년께부터 2013년까지는 MLCC 수요가 늘어나면서 산업이 성장했다"며 "하지만 2013년 말부터 (MLCC 업계1위) 일본 무라타(Murata)를 포함한 MLCC 업계 전체가 꺾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부품업체는 전방산업 수요가 받쳐주느냐가 중요한데, IT 업황이 흔들리기 시작한 2013년과 업황이 회복한 2016년이 각각 실적 부진과 반등의 기점인 셈이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형태의 굴곡진 그래프를 읽을 수 있다. 2000년부터 매출이 점차 하락하다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진 다시 실적이 매년 크게 개선되며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렸다. 2007년 전후 스마트폰 출시 효과가 컸고, 이즈음부터 PC도 고사양 제품으로 바뀌면서 고부가 MLCC 제품 판매가 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7년부터는 본격적인 외형성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2017년(6조8385억원) 반등을 시작해 2018년(8조1930억원), 2019년(8조408억원), 2020년(8조2087억원), 2021년(9조6750억원)에 이어 작년(9조4246억원)까지 대체로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2017년부터 MLCC 쇼티지(공급부족)이 두드러지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좋아졌다.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전장(자동차전자장비)용 MLCC의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데, 삼성전기는 최근 몇 년간 전장용 MLCC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사업 전략의 방점이 수익성 개선에 찍혀있는 셈이다.
◇실적에 비례한 기업가치
30년간 삼성전기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어떻게 변했을까. 시가총액으로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면 실적 추이와 거의 비슷한 흐름대로 흘러왔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기가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시점은 1979년이다. 약 5000억원에서 시작한 시가총액은 1998년 처음으로 1조원을 찍었고, 매출 부침에 따라 주가도 등락을 반복했으나 2010년 들어선 10조원을 돌파했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실적이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2014년부터 시총은 다시 3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업황 회복에 따라 주가 그래프도 우상향하다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2021년 시총은 16조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는 시총 11조248억원(18일 종가 기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앞선 연구원은 "제조업 기업들의 경우 실적과 주가흐름이 동행하고 특히 한국 코스피 기업들의 경우 경기사이클에 따라 같이 움직인다"며 "부품 업체들은 경기 상황과 IT 수요, 전망이 좋아야 주가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업가치를 결정지을 최대 관건은 역시 MLCC 주요 고객사인 중국 IT기업 샤오미와 오포, 비포 등의 주문이 되살아나고, 고부가가치 전장용 포트폴리오에서 성과를 만들어 가는 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IT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사업 부문별 전장과 서버·네트워크 향 사업 확대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실적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이며 개선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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