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지난 한 해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역대급 캐펙스(CAPEX, 설비투자금)를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패키지솔루션(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 사업부에 9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패키지솔루션의 캐펙스는 902억원에 불과했는데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 기판 중 하나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수요 급중에 대응해 생산라인을 늘리는 데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패키지기판 투자 확대에 10년만에 역대급 투자
9일 삼성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부의 CAPEX는 1조491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패키지솔루션에 8935억원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투입했고, 컴포넌트에 4393억원의 투자비 지출이 있었다. 반면 카메라모듈과 통신모듈을 생산하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 시설투자금은 406억원에 그쳤다.
2018년에는 컴포넌트 사업부(MLCC 생산)에 9112억원의 시설투자금을 투입하고 패키지솔루션에는 920억원만 집행했었는데, 지난해에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패키지 기판 수주가 늘었고 이에 따른 투자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패키지솔루션에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하면서 삼성전기 캐펙스는 10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삼성전기 캐펙스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조 단위를 집행하다 2020년 7204억원으로 뚝 떨어졌었다. 그 이듬해 9274억원에서 작년에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시설투자금이 무려 60%가 증가한 것이다.
◇FCBGA 수주 확대에 대응
삼성전기가 지난해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시설투자에 집중한 것은 그만큼 고객사의 반도체패키지기판 주문이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2021년 12월에 FCBGA 생산기지인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3월과 6월 연이어 국내 부산과 세종 사업장에 총 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증설 계획을 내놨다.
투자 기간은 올해까지 이며 총 투자 규모는 1조9000억원이다. 약 2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올해까지 2년간 나눠 집행하겠다는 것인데, 지난해 전체의 약 48%를 집행한 셈이다. 캐펙스 대부분은 FCBGA 생산라인 증설에 사용된다고 삼성전기 측은 설명했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하는 반도체용 기판의 한 종류로 PC용과 서버용, 전장용으로 나뉜다. 그중 상대적으로 서버용과 전장용이 고성능 부품으로 분류된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PC용 FCBGA 시장에 주력했으나 서버와 전장용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버용 FC-BGA 출하에 성공한 뒤 지난달에 전장용 FC-BGA 개발 성과를 내놓으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