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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롯데바이오 순차 증자, CDMO 속도전 뒷받침

[롯데지주]②2030년까지 1조원가량 추가 출자 예상, IPO로도 투자금 마련

김형락 기자  2023-04-12 16:28:16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롯데지주는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빠르게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해주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2030년까지 국내에 3개 항체 의약품 위탁 생산 공장을 갖출 수 있도록 조 단위 자금을 추가로 증자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기업공개(IPO)까지 염두에 두고 현금흐름을 관리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125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 80% 보유한 롯데지주가 1700억원, 나머지 지분 20%를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가 425억원을 출자한다.

증자 대금은 모두 시설자금으로 쓰인다. 국내 항체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 공장 신설과 미국 의약품 제조 공장(시러큐스 공장) 증설에 투입한다. 지난 10일 300억원이 들어왔고, 오는 6월 400억원, 8월 400억원, 12월 1025억원이 납입되는 일정이다.


◇ 롯데지주,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총 3489억원 출자…신사업 직접 투자·육성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바이오 의약품 CDMO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롯데지주가 투자와 사업 육성을 책임진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5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신설하고, ESG경영혁신실 신성장2팀장(바이오)이었던 이원직 상무를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롯데글로벌로지스 공급망관리(SCM)사업본부장으로 있던 하종수 상무에게 맡겼다.

올해 추가 증자로 롯데지주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출자한 금액은 총 3489억원이다. 향후 롯데바이오로직스 투자 일정따라 순차적으로 추가 출자가 집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롯데바이오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2172억원이다. 롯데지주가 80%(1789억원), 롯데홀딩스가 20%(445억원)를 출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증자 대금으로 지난해 12월 100% 자회사(Lotte Biologics USA)를 통해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시러큐스 공장 인수대금은 총 2061억원이다. 동산, 재고자산, 인허가, 계약관계, 근로관계 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시러큐스 공장은 글로벌 제약회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이 항체 의약품 원액 생산시설(생산능력 3만5000리터)로 쓰고 있었다.

롯데바이로로직스는 가동 중이던 공장을 인수해 올해부터 곧바로 매출이 일어난다.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면서 향후 3년 동안 2834억원 규모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추가로 국내에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에 3개 공장(항체 원료 의약품 생산능력 총 36만리터)을 신설한다. 2030년 3개 공장을 완공하고, 2034년 완전 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1공장은 올 하반기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준공한 뒤 2027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추가 투자금 3조원 중 절반가량은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가 증자로 지원한다. 현재 지분율대로 출자한다면 롯데지주는 약 1조2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롯데지주가 매년 계열사에서 거두는 배당수익(지난해 1470억원)과 별도 기준 유동성(지난해 말 기타금융자산 포함 9018억원)을 활용해 증자 대금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국내 기업공개(IPO)로 마련할 방침이다. IPO 시기는 2공장이 가동되는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IPO 공모자금으로 3공장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증자로도 부족한 재원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자체 차입으로 보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별도 기준 부채총계는 62억원이다.

◇ 지난해 매출 없이 결손금 177억원 인식, 2030년 매출 1.5조원·이익률 30% 목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지주의 자금 지원 덕분에 8개월만에 CDMO 시장에 진입했다. 매출을 일으키면서 신·증설로 외형을 키워가는 사업 전략을 택했다. 통상 신규 공장을 증설해 CDMO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상업 생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


지난해에는 시러큐스 공장 인수 절차가 끝나지 않아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연결 기준 결손금 177억원은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지출한 판관비가 대부분이다. 3공장 건설이 끝나는 2030년 중장기 재무 목표도 설정해뒀다. 2030년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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