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신용등급 전망에 '긍정적'을 부여받았다. 이로써 8년만에 A등급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리오프닝'으로 해외 여행이 정상화됨에 따라 주력 사업인 국제여객운송 실적이 빠르게 회복된 결과다. 그동안 화물운송으로 누적된 순이익과 자산 매각 등으로 크게 개선된 재무여력도 힘을 보탰다.
핵심 계열사의 신용도 상향이 가시화되자 지주사인 한진칼도 등급전망에 '긍정적'을 달았다. 한진그룹 전체 신용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이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개별민평금리는 이미 A등급 수준을 보이는 만큼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적·재무건전성 모두 역대 최고 수준지난 7일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일제히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유지한 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신용도가 조만간 'A-'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조정이 이뤄질 경우 지난 2016년 정기평가에서 'BBB+'로 강등된 지 약 8년만이다.
2016년 대한항공은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후 처음으로 하이일드로 강등됐다. 당시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한진해운의 신용등급 리스크로 지원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부각된 결과다. 항공기 투자 등과도 맞물리면서 'BBB+' 강등에도 등급전망에 '부정적'이 달리며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한진해운의 청산으로 리스크는 해소되는 듯 했지만 자회사에 대한 지원으로 재무적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등으로 호텔·레저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항공기 도입 등 CAPEX 확대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그러다 점차 실적을 개선하는 와중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가 입국을 금지하며 국제선운항이 급감했다. 약 200대에 육박하는 항공기 등 대규모 고정비용으로 재무여력이 약화되며 '하향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듬해 등급전망에 '부정적'을 달며 'BBB0'로 강등 가능성을 높여갔다.
하지만 화물운송 증가로 이익창출력을 유지하며 전화위복에 성공했다. 여기에 2020년 이후 약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재무지표 개선에 나섰다. 기내식·기내판매 사업부를 매각해 1조원을 확보했고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지난해 해외여행이 정상화됨에 따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기대감은 커져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여객노선수익은 약 5조원으로 전년 대비 35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10개 분기만에 여객매출이 화물매출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14조961억원, 영업이익 2조830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로 연결 기준 순차입금/EBITDA 4배 이하, 순차입금/자기자본 300% 이하를 제시했다. 지난해말 기준 대한항공의 순차입금/EBITDA는 1.1배, 순차입금/자기자본은 55.4%를 나타내며 상향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12.1%, 차입금의존도는 38.4%를 나타냈다. 2019년말 기준 부채비율(871.5%), 차입금의존도(63%)를 감안하면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6조원에서 5조원대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진에어를 포함 15대의 항공기 추가 도입 등 투자 확대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확정되면 연결 편입으로 차입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대규모 당기순이익 누적으로 비축한 재무여력과 확대된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진그룹 신용도 우려 해소, 대한항공 회사채 흥행 기대감대한항공의 등급전망에 '긍정적'이 달리면서 한진그룹 전체 신용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한항공이 주력 계열사로서 한진그룹 전체 신용도를 떠받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한진칼의 신용등급은 'BBB0'로 유지한 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지주사로서 계열사 신용등급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핵심 자회사 대한항공의 등급전망 조정이 결정적이었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은 지난 2월 ㈜한진(BBB+)의 수요예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진은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들어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이 반영되며 400억원 모집에 15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트랜치별 가산금리 모두 언더로 결정됐을 정도다.
대한항공은 오는 17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만기구조는 2년물과 3년물로 구성해 1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발행할 예정이다.
발행금리만 놓고 보면 시장에서는 이미 대한항공을 A등급으로 보고있다. 여기에 이번 조정으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대한항공의 2년물 기준 개별민평금리는 5.240%다. 동일 만기 'A-' 등급민평금리는 5.080%로 대한항공의 개별민평금리는 7%대인 'BBB+'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
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이미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상향을 기정사실화해왔다. 아웃룩이 조정된 것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회사채 발행에서 다른 곳보다 경쟁률이 크게 올라가고 금리도 낮춰서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