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의 지난해 연말 부채비율이 2631.8%로 나타났다. 같은해 3분기 말 1395.1%였던 부채비율이 단 3개월 만에 1200%포인트(p) 급증했다. 그간 효성화학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매 분기 악화세를 보여왔는데 지난해 4분기 유독 큰 폭으로 저하됐다.
이미 재무지표가 크게 악화된 상태라 커버리지 지표 회복이 시급하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공장 정상화에 회사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31일 효성화학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의 연결 부채비율이 2631.8%로 계산된다. 지난 2018년 6월 효성으로부터 인적분할해 출범했던 당시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350.2%였다. 당시에도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 이후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20년에는 400%, 2021년에는 500%에 진입했다.
점진적으로 늘어나던 부채비율이 치솟은 건 지난해다. 3분기 들어 1395.1%로 처음으로 부채비율 1000%를 돌파하더니 연말에는 2631.8%까지 늘었다.
급격히 재무지표가 악화된 것은 베트남 공장 설립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늘어나는 가운데 커버리지 지표가 쪼그라드는 상황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중 베트남 공장에서 매출이 발생하며 커버리지가 확대, 투자부담이 완화되며 재무구조 개선세가 시작돼야 했다.
하지만 베트남에 구축한 신규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공정상 문제가 발견돼 보수작업을 진행해야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상황이 악화되며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효성화학의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는 마이너스(-) 489억원이었다. 연간 EBITDA가 음수로 전환된 것은 효성화학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효성화학이 영업활동이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중 단기·장기 차입 및 사채 발행으로 2조6805억원을 확보했고 상환에 2조2500억원을 썼다. 결과적으로 추가적인 부채가 생긴 것이다. 차입금 항목 중에서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인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가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말 효성화학의 총차입금은 2조5612억원인데 이중 단기차입금 항목이 6454억원, 유동성장기부채가 6399억원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 단기차입금은 90%, 유동성장기부채는 159.5% 늘어났다. 이처럼 차입구조가 단기 구간에 몰려있을 경우 기업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효성화학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커버리지를 늘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이미 부채비율이 2600% 수준으로 위태로운 만큼 빠른 시일내 현금을 창출해 재무부담 완화에 활용해야 한다.
관건은 결국 베트남 공장의 정상화다. 베트남 공장은 폴리프로필렌(PP) 생산이 주력으로 한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공장을 교두보로 동남아 지역까지 시장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말 자산은 1조7734억원 수준이다. 효성화학 별도 법인의 자산총계가 1조9226억원이니 국내 법인과 맞먹는 규모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베트남 법인이 '돈 먹는 하마'가 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의 당기순손실은 3137억원으로 나타났다.
효성화학 측에서는 베트남 공장 정상화 시점을 올 6월로 보고 있다. 공장 정상화를 가로막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보완하는데 시간이 든다는 것이 효성화학 측의 설명이다.
다만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더라도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리오프닝 및 3월 양회 전후 부양책으로 프리미엄 PP 수요 개선세도 이뤄지며 스프레드 및 수익성 지속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