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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전환' 효성화학, 단기자금으로 조달 '숨통'

경영위원회에서 단기차입 한도 확대...'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에 투자수요 '시들'

오찬미 기자  2023-02-01 07:26:12
효성화학이 단기 차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BBB'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실적도 적자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조달 전략이 필요해졌다.

올 초 공모채 발행에서 모집 물량 전량이 미매각나자 추가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장기물 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히면서 단기물 발행에 나서서 유동성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장기물 추가 조달 어려워져…단기물로 출구 확보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이 지난 30일 경영위원회를 통해 단기차입 발행 한도를 4430억원으로 확대했다. 약정 한도 설정액을 열어둬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빠르게 조달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기업어음, 금융기관 차입 등의 경우 한도를 설정해 필요 시 조달에 나설 수 있다.

효성화학은 이번에 CP발행 한도를 1400억원에서 1870억원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올해 운영자금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기관 차입 한도는 2360억원, 당좌차월한도는 100억원, 만기 1년 이하 사모사채 발행 한도는 100억원으로 총 4430억원이다.

한도를 높인 효성화학은 30일 CP 47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는 211일물이다. 장기물 조달이 막히자 단기물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 총 세차례에 나눠 CP 1400억원을 발행하면서 조달 한도를 꽉 채운 상황이었다. CP는 A1~D의 12개 등급으로 나뉘어 총 20개 등급으로 세분화된 회사채보다 등급 변동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투자자를 모집한 470억원 만큼 이번에 CP를 추가 발행했다"고 말했다.

효성화학은 단기간 내 장기물 추가 조달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달 3년만에 공모채 발행에 나서서 조달을 추진했지만 높은 금리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모집액인 1200억원 전액이 미매각됐다. A0 신용등급에 '부정적' 등급 전망이 달리면서 장기물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구하지 못했다.

효성그룹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경우 하이일드 등급인 'BBB'로 전락할 수 있어 타격이 컸다. 등급 강등시 투자 손실을 감례해야 해 등급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웠던 상황으로 전해진다

앞서 산업은행이 인수단에 참여해 미달 물량을 떠안으면서 올 2월 만기를 맞는 1170억원의 회사채는 차환이 가능해졌다. 다만 9월 100억원의 회사채와 5월부터 CP 14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적자전환'에 등급 강등 가능성 고조

최근 주춤하고 있는 실적은 향후 추가 조달에 나설 경우 걸림돌이다. 효성화학은 2022년 연간 기준 영업손실 3367억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4% 늘었지만 실적이 꺾이면서 순손실도 4089억원 발생했다.

베트남 화학 공장 신설과 관련해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 차입 부담이 크게 늘었다. 효성화학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522%에서 2022년 말 2832%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이같은 재무 지표 악화가 등급 강등의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면서 연결기준 EBITDA/매출액이 10%를 하회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재무구조의 개선이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도 올 1월 본평정에서 '연결기준 EBITDA/매출액 10% 미만'과 '총차입금/EBITDA 5배 초과'를 등급 하향 트리거로 제시했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출처: 한국신용평가

2022년 3분기 기준 효성화학은 이미 두 신평사가 제시한 강등 지표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한신평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프로필렌(PP) 설비 증설로 공급 부담이 확대됐고 추가적인 베트남 PDH 설비 점검 가능성을 고려하면 효성화학의 중단기 수익성은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효성화학은 그룹 계열의 원재료 공급사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향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자회사인 만큼 그룹 지원의지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효성화학의 신용도에는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이 1노치(Notch) 반영돼 있다. 최대주주는 효성(지분 44.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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