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종전까지 카카오 이사회를 이끌어왔던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내이사 임기가 남아 있지만 이번에 물러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이끌며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카오가 윤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윤 의장을 필두로 카카오의 재무·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이번에 신임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 등 투자 전문가를 내세웠는데 그와 균형을 맞추고자 윤 의장을 선임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석, 카카오 첫 사외이사 출신 의장카카오가 3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윤석 사외이사를 신임 카카오 의장으로 선임했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의장은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이사회를 열어 뽑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약 이틀의 간격을 두고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카카오의 제28기 정기 주총은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첨단로 242 스페이스닷원 1층 멀티홀에서 열렸다.
카카오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사내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뽑아왔다. 비록 카카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긴 했지만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 나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새로 의장을 맡으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1962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KICPA 합격과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을 보유했다. 크레딧스위스증권의 MD/리서치센터장을 거쳐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윤앤코 대표이사와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윤 의장이 카카오 이사회에 합류한 지 3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서 새 임기를 시작한 셈이다. 윤 의장은 2020년 카카오 이사회에 사외이사로 합류해 최근 정기 주총에서 재선임됐다. 윤 의장의 임기는 2025년 정기 주총까지다.
상법상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윤 의장의 이번이 카카오에서 지내는 마지막 임기일 수도 있다. 다만 네이버처럼 이런 요건을 피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게 맡기는 사례도 있다.
◇투자·재무 리스크 관리 및 경영진 견제 ‘중책’카카오가 윤 의장으로 하여금 이사회를 이끌도록 하면서 재무·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최근 공격적 M&A(인수합병)과 잇단 계열사 IPO(기업공개) 등으로 재무와 금융 분야에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데 윤 의장이 이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주총회소집공고에 개시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사유에서도 드러난다. 카카오는 윤 의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 “카카오의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견제와 감시·감독 역할을 수행했다”며 “카카오의 재무와 리스크 관리 강화에 지속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사내이사 선임과 무관치 않은 행보로 보인다. 카카오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카카오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에서 모두 물러나고 이 자리를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로 채웠다. 또 기타비상무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선임했다. 카카오그룹 계열사 출신 이사 3명 가운데 2명을 투자 전문가로 내세운 셈이다.
이를 놓고 카카오가 공격적 투자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배 대표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에도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가며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인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윤 의장이 배 대표 등과 균형을 이뤄 카카오 이사회를 꾸리는 중책을 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카카오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침도 이어갔다. 현재 카카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이뤄졌다. 사외이사로는 윤 의장 외에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교수, 신선경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 박새롬 UNIST 산업공학과 조교수 등이 있다.
종전까지 조규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사외이사를 맡았지만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면서 기업지배구조, 금융 관련 법률 전문가인 신선경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역시 리스크 관리의 맥락에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