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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리파이낸싱 전략

치솟는 금리에 늘어난 이자비용, 조달루트 총동원 '사활'

보유현금·사모채·CP 등 차환 묘수 '고심' , 분양 선순환 관건

정지원 기자  2023-03-21 16:27:18

편집자주

국내 건설사는 지난해 단기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 우려가 시장 전반에 확산되면서 너도나도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건 영향이 컸다. 시간이 흘러 빚을 갚아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더벨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건설사의 사채 및 차입금 상환 계획을 살펴봤다.
주요 건설사가 연내 상환해야 하는 사채 및 차입금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달한다.
부채 규모도 막대하지만 조달 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은 점은 더 큰 고민거리다. 단순 차환을 선택하기엔 이자가 단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각 건설사는 차환 묘수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분양 성과나 현금 여력 등이 얼마나 따라주느냐에 따라 숨통이 트일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 대형 건설사 연내 만기 채무액 급증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성장기부채 및 단기차입금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등은 1조원 미만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채무 상환 부담이 가장 큰 삼성물산은 올해 총 3조5570억원을 갚아야 한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 2조1290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1조2180억원, 유동성 사채 21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서 실행한 장단기 차입금리가 적게는 연 1%대로 설정된 만큼 향후 리파이낸싱에 따른 이자 부담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성장기부채 및 단기차입금 규모가 2조1520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1조2730억원, 8790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성장기부채에 속하는 연내 만기도래 사채에는 오는 6월 만기 예정된 공모 회사채 1000억원, 외화사채 2800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미 GS건설은 이달 2일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상태다. 만기 2년, 금리 6.519% 수준이다. 기존 회사채의 리파이낸싱이 아닌 향후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한 선제적 조달이었다. 1000억원가량 증액 발행하려고 했지만 회사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수요예측 관행을 깼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이 외에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성장기부채 및 단기차입금 규모가 1조원을 웃돈다. 각각 1조8940억원, 1조820억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포스코건설 7930억원, 현대건설 5240억원, DL이앤씨 2610억원으로 나타났다.


◇ 리스크 프리미엄에 이자 부담 가중, 현금상환 '고육지책'

건설사의 경우 올해 리파이낸싱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기 도래 부채 규모도 크지만 건설업 전망이 악화하면서 타 업종에 비해 조달 금리가 높아졌다. 공모채 시장에서 소외되자 사모채나 기업어음 등으로 조달 방법을 바꾸고 있기도 하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1년 만기 회사채 200억원을 7.2%에 사모로 조달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6위를 기록한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은 A0다. A등급 1년물 금리가 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200bp 이상 금리가 얹어진 셈이다.

GS건설 역시 2년물 회사채 1500억원을 6%대에 금리에 발행했다. GS건설 신용등급은 대우건설보다 높은 A+이지만 금리 부담을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 개별 민평금리보다 140bp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정해졌다.

만기 구조는 단기화되고 현금 활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변동 금리 조건으로 차입하거나 회사채 만기를 짧게 설정하는 식이다.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액 리파이낸싱 하지 않고 일부 현금으로 메꾸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신용등급 BBB0인 동부건설은 140억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만기는 짧게 잡았다. 60억원은 금리 9.0%로 만기 6개월, 나머지 80억원은 금리 10.0%로 1년이다.

같은 달 만기를 맞은 200억원 규모 사모사채 리파이낸싱을 위한 회사채 발행 건이었다. 동부건설은 재발행한 14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60억원은 현금으로 상환했다. BBB등급 민평금리 두 배에 가까운 고금리에 차환하게 된 영향이다.

올해 초 회사채를 발행한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올해 증액된 공사비와 분양잔금이 유입되면 현금 유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 차입금 상환 계획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확보 등이 진행되면 주요 건설사의 총 차입금이 일년새 큰 폭으로 늘었다"며 "올해 운전자본부담 통제를 통한 원활한 현금흐름 실현이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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